지난 3월29일 경북 포항 훈련장에서 한·미 해군·해병대 장병이 ‘2023 쌍룡훈련’ 중 ‘결정적 행동’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국가배상시 여성보다 남성의 배상금이 적게 책정되는 원인이 된 국가배상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군 의무 복무 기간 전체를 취업 가능 기간으로 해석해 여성과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뜻인데, 교통사고 보험금 등 다른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4일 군 복무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포함하는 내용의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5월25일부터 7월4일까지다.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건 피해자가 사고로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즉 ‘일실수입’이다. 일실수입 계산의 토대가 되는 건 취업가능 기간이다. 이 기간이 길수록 일실수입이 늘어난다.
예전 남성의 취업가능기간은 만 23~60살이었다. 성인이 된 뒤 3년간 군복무를 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2006년 ‘군복무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국가배상법 시행령이 다소 유연하게 개정됐고, 민법상 성년이 만 19살로 바뀌면서 현재는 만 21~60살이다.
법무부는 해당 조항을 ‘피해자가 군 복무 가능성이 있어도, 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전부 산입한다’고 손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나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취업가능기간이 같아 진다.
법무부가 공개한 예시를 보면 지금까지는 9살 남녀 학생이 한국 정부나 공무원의 과실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경우, 남학생의 취업가능 기간은 534개월로 계산돼 여학생(552개월) 보다 18개월 적다. 배상액도 2682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이러한 배상액 산정은 병역 의무자를 병역 의무가 없는 사람과 차별하게 돼 헌법 제39조 2항(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부를 받지 않는다)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법조계는 법무부의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가배상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민사소송에서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소재 한 고등법원 판사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이 바뀜에 따라 일반 소송에서도 원고들이 군 복무 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서 빼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군 복무 기간 공제의 부당성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게 되고, 이를 받아들이는 하급심 판결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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