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730’을 쳐보세요.
60년간 남성만 마을 ‘이장’으로 뽑아온 관행은 간접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 지역 군수에게 군 조례를 개정해 이장 추천권을 가진 개발위원회에 특정 성별이 60%는 넘지 않게 하고, 여성 주민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각 마을의 이장 추천 및 선출 과정을 점검하라고 권고했다.
8일 인권위 설명을 종합하면, ㄱ군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은 이장 선출 시 여성에게 사실상 피선거권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지난해 1월 마을 여성을 피해자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ㄱ군은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따라 마을 개발위원회가 추천한 자를 심사해 임명할 뿐, 이장 임명 규정에 성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성차별이 아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진정이 제기된 마을은 지난 60년간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사실이 없고, ㄱ군 인구 절반 이상이 여성임에도 여성 이장의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또 해당 마을은 남성 중심으로 꾸려진 개발위원회에서 이장 후보 추천이 이뤄졌고, 마을 총회가 진행된 마을회관에선 남성과 여성이 각각 다른 방에 모인 뒤 남성이 모인 방에서 후보자를 호명, 만장일치로 이장이 선출됐다.
인권위는 “해당 지역의 이장 선출 및 임명 기준이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나 여성 주민에게 차별적이라는 점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며 “간접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진정은 각하하고 정책권고만 내렸다.
이어 인권위는 “농촌 사회에서 성차별과 같은 구조적 차별은 여성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