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입원한 80대 환자의 입속에서 다수의 구더기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리가 피부의 상처에 알을 낳으면서 발생하는 ‘구더기증’으로 추정된다. 드문 질환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도 종종 발견돼왔다.
지난 13일 <제이티비시>(JTBC) <국민일보>는 지난달 전북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84살 아버지를 돌보던 ㄱ씨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ㄱ씨는 아버지 입안에서 꿈틀대는 1~1.5cm 크기의 하얀색 벌레 몇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ㄱ씨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ㄱ씨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벌레를 꺼낸 뒤 대학병원 정밀진단을 받고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 ㄱ씨는 아버지가 겪은 증상은 ‘구강 구더기증’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한다.
구더기증은 파리가 낳은 알이 부화한 구더기가 콧속이나 피부 등에서 발견되는 질환이다. 의학계는 구더기증에 대해 “파리의 유충에 의해서 사람이나 동물에 발생하는 감염”으로 “파리 유충이 숙주의 괴사한 조직 혹은 살아 있는 조직을 먹으며 기생하는 질환”이라고 대체로 정의한다.
2013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 두경부외과학’에 공개된 ‘혼수상태의 환자에서 발생한 병원 감염성 비강 구더기증 1예’ 케이스 리포트(Case Report·의학 사례 보고)를 14일 보면 “(2013년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총 7예의 구더기증(위장관·외이도·악하(턱아래) 부위·호흡기·비강·눈)이 보고됐다”고 밝힌다. 2020년에도 구더기증 환자 치료 사례를 담은 케이스 리포트가 보고되기도 했다.
주로 고령으로 뇌경색,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신체마비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폐렴이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환자 등에게서 발견된다. ‘비강 구더기증 1예’ 케이스 리포트는 “구더기증의 위험 인자는 노령, 알코올 중독, 신체마비나 거동 불편, 지적 장애로 인한 위생이 나쁜 경우 등이 있다. 병원 감염성 구더기증은 질병이나 사고로 의식이 없고 심약해진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고 했다. 주로 잘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다. 피부, 상처 부위, 눈이 주요 발병 부위이고 입안이나 코에서는 드물게 발생한다고 한다.
보통은 육안으로 보고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소독액으로 세척하지만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도 받아야 한다. 2015년 발표된 ‘뇌경색으로 장기간 누워 지내는 환자에서 발생한 비강 구더기증의 내시경적 제거술 1예’ 케이스 리포트는 뇌경색 및 알츠하이머 치매로 6년 이상 집에서 누워 지낸 82살 환자의 콧속에서 가족이 구더기를 발견해 병원으로 온 사례를 전한다. 당시 의료진은 콧속에 남은 구더기를 제거하기 위해 내시경 수술까지 진행했다.
구더기가 신체조직으로 침투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해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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