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 이건태 변호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증인신문 및 사건 병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최근 자신의 사건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에 병합된 데 대해 “검찰의 정치적 수사 및 기소 때문에 재판이 길어지게 됐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정 전 실장 쪽 변호인단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이 이송·병합돼서 재판이 장기화된 건 모두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 및 기소에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이재명 대표의 사건(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 에프시(FC) 불법 후원금 의혹)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와 재판 일정을 논의하다 보니 정 전 실장이 일주일 내내 법원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형사합의23부에 배당된
정 전 실장 사건을 이재명 사건 재판부로 병합했다. 다만 정 전 실장 사건의 공동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심리는 형사합의23부에서 계속 맡는다.
법원은 재판부간 쟁점 중복 등의 문제를 피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정 전 실장 쪽은 검찰이 공소장 변경 제도를 남용해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원래 대장동 본류사건은 올해 상반기 심리가 종결될 예정이이었는데, 지난 3월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한 뒤 뒤늦게 이런 내용을 반영해 정 전 실장 등 대장동 본류 사건의 공소장을 변경하며 재판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쪽 조상호 변호사는 “재판 내용 중 확인된 사실이 일부 달라져서 조정을 할 때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지, 이미 기소한 뒤에 별건 수사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사를 한 뒤에 공소장을 새로 고쳐내는 걸 허용하는 게 아니다. 약 100여권의 기록을 추가로 내며 대대적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건 이전 사건에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 전 실장 변호인단은 사건이 병합되면서 재판이 길어지게 된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형사합의23부에서 그동안 이뤄진 재판부의 심증이 백지화된 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라며 “형사합의33부에서 다시 처음부터 심증 형성을 해야 한다. 재판이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 전 실장 쪽은 유 전 본부장을 겨냥한 ‘장외 여론전’에도 나섰다. 정 전 실장 쪽은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4월께 정 전 실장한테 5000만원을 건넨 경위에 대해 처음엔 아파트 계단으로 올라가 줬다고 말했다가 검사가 해당 아파트가 계단식이 아닌 복도식이라고 말하자 다시 1층 현관 부근에서 줬다고 진술을 바꾼 점 등을 지적하며 “유동규의 진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술 변경은 검찰의 ‘불법 면담조사’ 때문이라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은 지난해 10월 14∼16일 하루에 6∼9시간씩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면담 조사를 했다”며 검찰이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사의 면담은 수사관 입회 하에 변호인 조력권, 진술 거부권 등을 고지한 상태에서 적법하게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고, 그 내용은 모두 보고서로 정리되어 있으며, 당사자가 작성한 수사과정 확인서도 첨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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