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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사랑벌레에 ‘깜짝’…퇴치법은?

등록 2023-06-21 11:13수정 2023-06-22 06:29

은평구 등 서울 서북부 출몰
“혐오감 주지만 해충은 아냐”
서울 마포구에서 발견된 ‘사랑벌레’(러브버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마포구에서 발견된 ‘사랑벌레’(러브버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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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전부터 문을 잠깐만 열어놔도 ‘사랑벌레’(러브버그)가 들어와요. 오늘 아침에도 계속 내쫓았어요. 창문은 아예 안 열어둬요.”(서울 은평구 주민 김아무개씨)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가보니 10여분 만에 사랑벌레 50여쌍이 목격됐다. 아파트 외벽에 암수가 한 쌍을 이뤄 붙어있었고 사람이 다니는 길가에도 낮게 날아다녔다. 단지 주민인 20대 ㄱ씨는 “최근에 집에서 사랑벌레를 발견했다. 지난해도 한두 마리씩 보였다가 갑자기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실에는 밤이 되면 사랑벌레가 수십 마리 몰려든다고 한다. 경비원 ㄴ씨는 “지난 주말부터 ‘날이 더우니 사랑벌레가 보인다. 방역조치 해달라’는 민원이 수시로 들어왔다. 공동현관문에도 보이기 시작했다”며 “해가 떨어지면 경비실에 사랑벌레가 몰려드는데 약을 뿌리면 책상이나 의자 위로 후두둑 떨어져서 근무하기 무서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주말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면서 날이 급격히 더워지자 서울 서북부를 중심으로 사랑벌레가 나타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살펴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사랑벌레가 나타났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은평 지역의 한 커뮤니티에는 “옥상에서 100마리는 넘게 봤다” “차에 붙어있는 걸 보고 기겁했다” 등 목격담이 이어졌다.

사랑벌레는 은평구·마포구·서대문구 등 서울 서북부뿐만 아니라 인접지역인 종로구까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주민 ㄷ씨는 “최근 일주일 새 평창동 일대 주택가 및 대로변에 사랑벌레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외벽에 붙어있는 사랑벌레. 김가윤 기자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외벽에 붙어있는 사랑벌레. 김가윤 기자

이에 은평구청은 지난 19일부터 각 주민센터에 공문을 내려 긴급 방역에 나섰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사랑벌레와 관련해 구청에 접수된 민원만 900여건이다. 구청은 은평구 봉산 일대에서 출현한 사랑벌레가 서북부 전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임야와 공원을 중심으로 방역 중이다.

박재균 은평구청 질병관리과 과장은 “해충이 아니라 사람을 물거나 불편하게 하는 건 없지만 보기에 혐오스럽다는 민원이 대다수”라며 “해충이 아니다 보니 전문가들도 ‘살충’이 능사는 아니라고해,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에 한해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우화(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하는 시점을 늦춰 한 번에 창궐하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구청과 보건소 등은 사랑벌레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우선 방충망을 정비하고 물에 약한 사랑벌레 특성상 벌레가 많이 붙은 곳에 분무기 등으로 물을 뿌리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사랑벌레는 실제 썩은 잡초나 풀을 먹어 빠르게 분해시키는 자연 청소부 역할을 하는 ‘익충’이라,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사랑벌레는 생태계 내에서 환경 정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곤충이다. 화학적 방제를 하면 당장은 개체 수가 줄어들겠지만, 포식 곤충이 사라지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체 수가 많아 혐오감을 주는 만큼 화학적 방제를 하되 유충이 사는 습지 등은 피하거나, 트랩을 설치하는 등 물리적 방제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랑벌레는 크기가 1㎝가 되지 않는 자생종 털파리에 해당한다. 털파리류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한다. 한 번에 200∼300개 알을 낳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다. 사랑벌레는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저하돼 서서히 자연소멸한다. 수명은 일주일 남짓이다. 사랑벌레는 지난해 이맘때 서울과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에 떼로 나타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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