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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정부 지침 따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기대권’ 첫 인정

등록 2023-06-22 19:22수정 2023-06-22 20:25

법원, 문 정부 지침 적극 해석
2017년 7월20일 당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가운데)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7월20일 당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가운데)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밟다가 채용을 거부했다면 ‘부당 해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으로 ‘전환 기대권’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하급심 판결은 엇갈려왔다. 대법원은 지침과 그 이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전환 채용에 상당한 신뢰를 형성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 지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정부 지침이 발표된 지 6년 만이고, 관련 사건 대부분은 종결된 상태여서 대법원 판결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 7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를 설립하고 본사 사옥 시설을 관리하던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했다. 이후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는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26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과정에서 ‘격일제 교대근무 형태의 단속적 근로조건’에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단속적 근로란 간헐적으로 근로를 제공해 휴게시간이 많은 근로 유형을 뜻한다. 단속적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주휴일이나 연장근로·휴일근로 가산수당도 주지 않는다.

26명 중 25명은 합의서에 동의했지만 ㄱ씨는 휴게시간이나 휴무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거부했다. 실제로 고용노동청은 이들의 노동 형태는 단속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는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ㄱ씨의 채용을 거부했다. ㄱ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졌다.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는 소송을 냈다.

1·2심과 대법원은 ㄱ씨 쪽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ㄱ씨에게 자회사 정규직으로의 ‘전환 채용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정부 지침에 따라 자회사를 설립하고 정규직 전환 채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ㄱ씨에게 전환 채용에 대한 ‘상당한 신뢰'가 생겼고,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승계하던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정부 지침과 고용승계 관행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은 자회사 소속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신뢰를 더욱 크게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속적 근로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고 ㄱ씨가 제출을 거부하자 채용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갱신 기대권, 무기계약 전환 기대권에 이어 ‘자회사 정규직 전환 기대권’까지 나오며 ‘기대권’ 관련 법리가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관련 사건들이 대부분 종결됐기 때문에 너무 늦은 판결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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