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중·고령 인구가 늘면서 일터에서 산업재해 사고를 당하는 중고령자 비중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50살 이상의 중고령 노동자 열에 여섯은 엄연히 산재보험으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도 자신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실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이 제9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데이터(2021년 기준)를 활용해 작성한 ‘중고령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태 및 사각지대 결정요인’ 보고서를 29일 보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50살 이상 중고령자 1501명 가운데 스스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60.2%에 달했다. 응답자 가운데 53%가 스스로 미가입, 7.2%가 적용제외 대상이라고 했다.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는 국민연금연구원이 50살 이상의 중고령자가 가구원으로 있는 가구와 그 가구에 속한 만 50살 이상의 개인과 배우자를 대상으로 노후 준비와 노후생활을 파악하기 위해 격년마다 한다.
산재보험은 1964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 60여년간 적용 범위가 지속해서 확대돼 지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1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적용 받는다.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사회보험인 셈인데, 스스로 가입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중고령 노동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자신이 산재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인식은 특히 최종학력이 낮거나, 사업장 규모가 적은 곳에 일하거나, 소득이 낮은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에 속하는 노동자일수록 많았다고 한 연구위원은 밝혔다.
문제는 일터에서 일하다 다쳤을 때 노동자 스스로 가입 여부를 인지하고 신청해야 산재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고가 났을 때 산재급여 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산재를 당한 당사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을 해 산재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연구위원은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로 인해 일할 수 없을 때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궁극에는 자신의 일자리로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많은 취약 노동자들이 자신이 적용 대상인지도 알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특히 중고령 인구는 상대적으로 산재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밝힌 ‘2022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산재승인을 받은 재해자나 사망자 가운데 50살 이상 중고령자의 비중이 가장 컸다. 2022년 13만여명의 전체 재해자 가운데 가장 많은 재해자 수는 60살 이상에서 나왔는데, 4만5천여명에 이르렀다. 이어 55~59살 1만8천여명, 50~54살 1만6천여명의 순이었다. 전체 재해 대상자의 61%가 50살 이상의 중고령자인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이제는 신청주의에 입각한 산재보험 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산재를 당했을 경우 대부분 병원에 가서 치료하는 만큼 초진 의사가 진료기록을 토대로 산재 보고를 하는 병원신고제도를 대안으로 고려해봄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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