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회사가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징계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ㄱ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회사는 ‘품질관리팀’에서 일하던 ㄱ씨가 팀장 등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스템관리팀’으로 전보 발령했다. ㄱ씨는 이에 반발해 구제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전보 발령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ㄱ씨를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명령했다.
이후 회사는 구제명령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3월30일 서울행정법원은 전보발령이 정당했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2017년 6월29일 항소심에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즉각적으로 준수하고,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회사는 구제명령 이후 취소 판결 때까지 ㄱ씨를 품질관리팀으로 복직시키지 않고 계속 시스템관리팀에서 일하게 했다.
ㄱ씨는 계속해서 팀장의 업무지시를 거부했고, 회사는 ㄱ씨를 해고했다. ㄱ씨는 해고처분이 부당하다면서 구제 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 취소를 구하기 위해 ㄱ씨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회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ㄱ씨의 업무지시 거부로 인한 해고 처분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원직 복직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채 기존 업무를 계속하도록 ㄱ씨에게 지시했는데, 그 지시를 거부했다고 징계를 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대법원은 “(구제명령 취소를 선고한) 1심 판결 전까지는 구제명령을 신뢰하고 업무지시를 거부한 ㄱ씨에게 (징계) 사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징계사유가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어기고 업무지시를 한 경우, 노동자가 이를 거부한 것에 대한 징계가 정당한지 대법원이 처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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