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첫 공판이 열린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족들이 공판을 지켜본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인혁당’ 재심 첫 공판 변호인 “중정조작”…재판 40분만에 끝나
30년의 긴 기다림에 지친 탓일까. 군사독재정권의 ‘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으로 숨진 우홍선씨의 부인 강순희(74)씨는 20일 열린 재심 첫 공판에서 “원하시면 모두 진술을 하시라”는 재판장의 말에 “앞으로 지켜보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방청석에서 “한마디 하시죠!”라는 외침이 들려왔지만, 강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그동안 진상 규명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사법부가 원망스러운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재심 첫 공판은 법원 안팎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피고인 쪽 변호인들은 유족들을 대신해 “인혁당은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조직이며, 따라서 ‘인혁당 재건위’사건 피고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조직을 재건한 혐의로 사형됐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검찰도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은 검찰이 아닌 1974년 비상군법회의 검찰부에서 수사·기소한 사건”이라며 “그러나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신문 없이 40여분만에 끝났다. 김형태 변호사는 공판이 끝난 직후 “중앙정보부의 조작을 입증하기 위해 유인태 의원과 이철 철도공사 사장 등 민청학련 관계자와 인혁당 사건의 생존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인태 의원은 이에 동의했고 이철 사장에게는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당시 수사관을 포함해 모두 5명 안팎을 다음 공판 때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족들은 재심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낼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증거조사가 끝나는 6월께 낼 것”이라며 “1인당 청구액은 최종길 교수 사건의 배상액에 비춰 결정하겠다”고 말해 소송 액수는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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