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시위하다 경찰관을 다치게 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유아무개씨가 20일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버스 시위’ 도중 긴급체포된 중증장애인 활동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이 중증장애인의 현실을 무시한 채 ‘잦은 이사’를 이유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해 ‘과잉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저녁 8시40분께 공무 집행 방해 혐의를 받는 유진우 전장연 활동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유 활동가가) 반성하고 있고,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와 심문 결과를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 활동가는 지난 17일 오후 1시께 약 35분 동안 서울 종로구 혜화로터리 버스 정류장에서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열어 버스 운행을 방해하고 동료를 검거하려는 경찰의 팔을 깨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유 활동가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잦은 이사’를 구속 필요 사유로 제시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최근 5년간 주소를 확인한 결과, 주소를 5회 이동하면서 그 기간이 2년 미만인 등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장연은 ‘도망갈 수도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과도한 대응’이라며 반발했다. 유 활동가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돼 이사했으나 집으로 가는 도로포장이 많이 벗겨진 데다 경사가 심해 여섯달 만에 이사하는 등의 이유로 집을 자주 옮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활동가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저는 도주 못하는 장애인이고 서울주택공사(SH) 아파트에 당첨돼 20년 동안 살아야 하니 (도주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며 “시위나 집회 나갈 때 적극적으로 안 하겠다고, 반성한다고 판사님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의 보조금을 부풀리는 등 ‘전장연 죽이기’에 나섰다며 지난 12일부터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을 이어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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