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원회 “평가점수로 간선제를” 민교협 “민주화 산물 직선제 유지”
서울대가 차기 총장 선거를 두달여 앞두고 선출방식을 놓고 교수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의 직선제 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지난해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선거 기간 동안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계기로 교수들 사이에 직선제와 간선제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대 평의원회가 학내 교수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간선제로 변경하는 데 대한 설문조사에 나서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서울대지부 교수들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최갑수(서양사학과 교수) 서울대지부장은 지난 13일자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총장직선제는 우리 사회 민주화의 중요한 성과물”이라며 “총장 후보 선정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레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규정을 바꾸는 것은 명분과 절차 모두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평의원회 기획연구위원장인 안윤옥 교수(예방의학)는 같은 신문에 실은 글에서 “간선제에 대해 서울대는 전혀 경험이 없는 셈”이지만 “여론조사 결과와 위원 투표 결과도 평가점수에 반영하고, 평가점수를 총합해 후보를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절충식 간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호완(지구환경과 교수) 교수협의회장은 “학칙 개정은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런 논란 속에서 서울대는 16일 학장회의를 열어 ‘총장후보 선정 및 추천에 관한 사항’을 평의원회의 ‘심의사항’에서 ‘의결사항’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켜 평의원회가 총장 선거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평의원회는 2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선거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박성현(통계학과 교수) 평의원회 의장은 “교수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평의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교협 서울대지부 교수들은 21일 총장 선출 규정 변경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갑수 회장은 “뜻을 같이 하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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