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 교육 60~80대 여성들의 ‘학급 문집’
강원도 강릉 성덕등불학교 금빛반 학생이 수업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 강릉 성덕등불학교 제공
강릉 성덕등불학교 금빛반 학생인 60~80대 여성들 7명이 발행한 학급 문집 ‘금빛반 이야기’. 강릉 성덕등불학교 제공
‘금빛반 이야기’ 문집 일부
아들과 운동 / 김경남
아들은 자전거 타고 경포호 세 바퀴, 나는 걸어서 한 바퀴,
중간중간 아들 만나면 물을 주고 힘들게 걷노라니,
엄마 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물가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먹는다.
엄마 오리는 주위를 이쪽저쪽 살피며
내가 사진 찍으러 가까이 가니 경계 태세를 취한다.
너무 더웠다.
그래서 잠시 동안이지만
나도 오리처럼 물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저만치에서 아들이 온다.
아들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어버이날 / 서일남 5월 5일 어린이날에 우리 집에 평창 큰딸 가족이 왔다.
대전에 둘째 딸네 가족도 왔다.
우리 집에 두 집 가족이 합치니,
혼자 있다가 열 명이 모였다.
정신이 없다.
먹는 것도 정신이 없다.
북적북적 한다.
손자들이 난리 치니까 정신이 없다.
먹는 것도 와작와작한다.
가니까 집이 텅 비는 것 같았다.
(2023년 5월 8일 월요일) 대구 여행 / 안정숙 내 생애 두 번째 대구 여행을 갔다.
처음 40년 전 큰외삼촌이 사실 때 가고,
이번은 생전 처음 시티투어를 했다.
김광석길 구경하고,
대구에서 제일 높은 곳 야경을 투어하고,
수성못에도 가고,
다음날 김천 김호중길이랑 예술고등학교랑 연화지를 다녀왔다.
연화지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잎이 예쁘다.
학교에 있는 김호중 사진전이 너무 좋았다.
김호중 팬으로서 너무 좋았다. 선생님 / 이경숙 아침에 첫 시간에는 기본으로 구구단을 외우고,
곱셈 문제도 하고, 칠판에 써 놓은 곱셈 문제도 했다.
선생님이 화요일에 쓴 편지를 주시며, 자기가 쓴 편지를 읽어 보라고 하여 편지를 받아 들고 읽어 볼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서 읽지 못하고, 선생님이 대신 읽어 주셨다.
(2023년 5월 4일 목요일) 집에서 / 이옥동 점심을 먹고 밭에 나가서 보니
마늘이 파릇파릇 올라온다.
이걸 보니 떠오른다.
이런 만물들은 봄이 오면 잊지 않고 올라오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이상할까?
사람은 한번 가면 오지 못하는데.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소중한 나의 시간 / 이정경 모처럼 조용하다.
몸도 마음도 평화롭다.
집을 꽉 채운 손님들이 오늘 갔다.
나에게는 청소가 남았지만…….
천천히 해야지. 우선은 조금 자고 싶다.
너무 졸려서 정신이 없다.
지금이 나에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영화 이야기 / 한숙자 밖에는 비가 내리고 날씨는 쌀쌀하다.
아들하고 같이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전쟁 영화다.
보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다.
전쟁은 꿈 많은 젊은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연상하게 하는 영화였다.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생각이 한참 머릿속에 남아있다.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중간중간 아들 만나면 물을 주고 힘들게 걷노라니,
엄마 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물가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먹는다.
엄마 오리는 주위를 이쪽저쪽 살피며
내가 사진 찍으러 가까이 가니 경계 태세를 취한다.
너무 더웠다.
그래서 잠시 동안이지만
나도 오리처럼 물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저만치에서 아들이 온다.
아들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어버이날 / 서일남 5월 5일 어린이날에 우리 집에 평창 큰딸 가족이 왔다.
대전에 둘째 딸네 가족도 왔다.
우리 집에 두 집 가족이 합치니,
혼자 있다가 열 명이 모였다.
정신이 없다.
먹는 것도 정신이 없다.
북적북적 한다.
손자들이 난리 치니까 정신이 없다.
먹는 것도 와작와작한다.
가니까 집이 텅 비는 것 같았다.
(2023년 5월 8일 월요일) 대구 여행 / 안정숙 내 생애 두 번째 대구 여행을 갔다.
처음 40년 전 큰외삼촌이 사실 때 가고,
이번은 생전 처음 시티투어를 했다.
김광석길 구경하고,
대구에서 제일 높은 곳 야경을 투어하고,
수성못에도 가고,
다음날 김천 김호중길이랑 예술고등학교랑 연화지를 다녀왔다.
연화지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잎이 예쁘다.
학교에 있는 김호중 사진전이 너무 좋았다.
김호중 팬으로서 너무 좋았다. 선생님 / 이경숙 아침에 첫 시간에는 기본으로 구구단을 외우고,
곱셈 문제도 하고, 칠판에 써 놓은 곱셈 문제도 했다.
선생님이 화요일에 쓴 편지를 주시며, 자기가 쓴 편지를 읽어 보라고 하여 편지를 받아 들고 읽어 볼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서 읽지 못하고, 선생님이 대신 읽어 주셨다.
(2023년 5월 4일 목요일) 집에서 / 이옥동 점심을 먹고 밭에 나가서 보니
마늘이 파릇파릇 올라온다.
이걸 보니 떠오른다.
이런 만물들은 봄이 오면 잊지 않고 올라오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이상할까?
사람은 한번 가면 오지 못하는데.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소중한 나의 시간 / 이정경 모처럼 조용하다.
몸도 마음도 평화롭다.
집을 꽉 채운 손님들이 오늘 갔다.
나에게는 청소가 남았지만…….
천천히 해야지. 우선은 조금 자고 싶다.
너무 졸려서 정신이 없다.
지금이 나에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영화 이야기 / 한숙자 밖에는 비가 내리고 날씨는 쌀쌀하다.
아들하고 같이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전쟁 영화다.
보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다.
전쟁은 꿈 많은 젊은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연상하게 하는 영화였다.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생각이 한참 머릿속에 남아있다.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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