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초등생 실종·사망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이틀 앞둔 23일 실종 초등생 5명의 유족들이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유골 발굴 현장에서 마지막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얘들아, 면목이 없구나
“자식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이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 느끼고 또 느꼈구나.” 대구 성서초등생 5명 실종·사망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이틀 앞둔 23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유골 발굴 현장에서 소년들의 원혼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위령제가 진행됐다. 가슴이 떨려 차마 오지 못한 어머니들과 간암으로 2001년 세상을 뜬 종식(당시 9살)군의 아버지 김철규씨를 대신해 네 소년들의 아버지들이 현장에 차려진 자식들의 젯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년들이 사라진 날처럼 아직 이른 봄의 찬바람이 메마른 나뭇가지를 흔드는 가운데 숨진 철원(당시 12살)군의 아버지 우종우(55)씨가 흐느끼듯 제문을 읽어내려갔다. “2년 전 너희들을 화장해 한줌 흙으로 돌려 보내며 꼭 범인을 잡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굳게굳게 약속했는데….” 15년 전인 1991년 3월26일 우군을 비롯한 5명의 어린이는 와룡산 자락으로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 실종됐다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란 유족들의 한가닥 기대마저 무너뜨리며 유골로 발견됐다. 법의학 감정결과 타살 결론이 나면서 잠시 수사가 활기를 띠었지만 수사본부는 이제 개점휴업 상태다. 유족들은 국회에 공소시효 연장·폐지를 요구했지만 임시국회는 다음달에나 열려 이 사건의 공소시효 연장은 불가능하게 됐다. 제를 올린 아버지들은 유골이 발굴된 구덩이로 내려가 흰 국화 화환을 놓고 이 사건이 아니었으면 이미 성인이 됐을 아들들에게 소줏잔을 부었다. 산 아래 유골 발굴 뒤 새로 들어선 고등학교에선 그 소년들이 끝내 될 수 없었던 고교생들이 운동장을 힘차게 내달리고 있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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