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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몸도 마음도 망가져 자살유혹 수차례”

등록 2005-02-15 18:38수정 2005-02-15 18:38

 대구지하철 참사 부상자 안상선씨가 약봉지와 기저귀를 들어보이며 사고 후유증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부상자 안상선씨가 약봉지와 기저귀를 들어보이며 사고 후유증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그뒤 2년
■ 기도에 화상 안상선씨

“살기가 너무 힘들어 투신 자살하려 했던 것도 여러번 입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요.”

대구지하철 참사 부상자 안상선(56·사진)씨는 그동안의 고통을 이야기하다 감정이 북받쳐 끝내 눈물을 보였다. 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2년이 됐지만 안씨의 후유증은 치유되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15일 대구 동구 신암4동 집에서 만난 안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소변이 새 기저귀를 차고 있다”며 고통을 하소연했다. 그는 “과거 쇳덩이보다 단단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사고 뒤에는 팔다리가 떨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면서 “조금만 서서 움직여도 어지러워 거의 방안에 앉아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운명의 날인 2003년 2월18일, 그날따라 공교롭게 은행에 갈 일이 생겨 공장 출근이 늦어진 안씨는 9시20분께 대구지하철 큰고개 역에서 계단을 뛰어내려가 막 문이 닫기려는 1080호 전동차에 올랐다. 이 전동차는 30여분 뒤 불붙은 채 중앙로역에 들어섰고, 안씨는 아비규환의 역 구내에 가득찬 유독가스를 뚫고 계단을 엉금엉금 기어 빠져나왔다.

팔다리 떨려 앉아서 생활
깊은 잠 못자고 자주 놀래
치료항목 보험확대 희망


기도에 화상을 입고 파티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안씨는 23일만에 퇴원했지만 기나긴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침을 뱉으면 검은 가래가 나오고 밥을 먹으면 음식물이 역류해 토하기 일쑤였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 심했던 것은 정신적 후유증이었다. 사고 뒤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니 눈이 충혈되고 햇빛을 보기도 힘들어졌다. 안씨는 “집에서 전깃불만 깜박깜박 해도 또 갇히는 게 아닌가 더럭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그 뒤 신경안정제 등 6가지가 넘는 약을 먹으면서 위장장애도 생겼다. 그는 “병원에 가 각종 검사를 해봤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진단만 받았을 뿐 전신무기력등 여러 증세에 대한 정확한 병명조차 모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직장생활을 못하고 집에서 투병생활을 한 지 2년이 가까와 오면서 보상금과 위로금조로 받았던 수천만원의 돈도 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거의 써버렸다. 하지만 건강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도 없어 답답한 실정이다.

안씨는 “당국이 지하철 참사의 만성 후유증에 대한 연구용역을 서둘러줬으면 좋겠다”면서 “당장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각종 검사와 치료에 대한 보험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글·사진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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