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7월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송두환 위원장이 최근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의 긴급 구제 요청이 제때 논의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겨레와 만나 “(박 대령의 긴급 구제 조처를 두고) 인권위법 하위 법령 규칙 등의 해석상 이견이 있었고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위원회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인권위를 지켜보는 분들에게도 상당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앞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자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14일 인권위에 박 대령의 항명죄 수사 중단 요청을 담은 긴급 구제를 요청했으나,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등이 불참해 정족수 부족으로 논의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이 회의에 의도적으로 불참했단 의혹이 제기됐고 김 위원도 송 위원장을 직접 겨냥하면서 반발해 인권위가 내홍을 겪고 있다.
송 위원장은 “인권위가 지금 부족하고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최근 전원위원회에서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이 항의하다가 퇴장된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아프고 죄송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인권위원의 자격 내용을 담은 인권위법 5조3항을 읊으면서 “이 규정이 예전엔 지극히 당연한 상투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이 조항의 뜻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최근에 와서 좀 한다”고 했다. 해당 조항에서 인권위원은 ‘인권 문제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이는 최근 인권위 회의에선 위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정상적 토론보다는 사실상 인권위원 간 ‘정치적 대립’만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송 위원장은 “학문적 연구나 시민단체 활동만이 인권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은 좌우의 문제, 보수 또는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인류 문명의 문제”라며 “인권위원이 누구의 추천을 통해 임명됐다는 사실은 인권위원이 임명되는 순간 다 잊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위원장을 포함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여야가 각각 2명씩 선출하고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해 선출된다.
인권위의 정치적 대립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말 그런 대립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할 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임기가 1년 남은 송 위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송 위원장은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평등법 만들 때 시민들이 열렬히 지지했기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인권 신장에 대한 문제의식 덕분에 생겨났다”며 “우리나라 여론조사에서도 3분의2 정도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비율”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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