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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짝관심’ 혼혈인에 더 큰 상처”

등록 2006-04-03 18:12

국내 3만5천명+α…차별.냉대 여전
전문가들 "인식개선, 법제정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지난 2월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챔피언 결정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30)가 3일 방한하자 국내 혼혈인뿐 아니라 전 국민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국내 혼혈인은 주한미군-한국여성 사이의 `혼혈 1세대'를 시작으로 최근 한국인-아시아인 사이의 `코시안(Kosian)'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하인스 워드에 게 보내는 맹목적 사랑과는 달리 혼혈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인스 워드의 방한을 계기로 혼혈인 문제가 재조명되는 것은 반기고 있지만 `반짝 관심'은 오히려 혼혈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혼혈인 지원에 대한 제도적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 하인스 워드 방한 `대환영' = 국내에서 소외받는 혼혈인 출신의 세계적 `슈퍼스타'에 대해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인스 워드의 입국 소식이 이미 수일 전부터 국내 언론을 통해 상세히 전해지면서 한국행 항공편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까지 치열했을 정도였다.

워드 모자가 3일 오후 입국한 인천공항에는 인파가 북새통을 이뤄 제2의 조국인 한국내에서 그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워드는 이번 방한기간에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고, 서울시는 워드에게 미국 국적이면서도 `뿌리'인 한국에 애정을 보이고 남다른 효심으로 국민들을 감동시킨 점을 고려해 `서울 명예시민증'을 수여한다.

워드는 주말에는 국내 혼혈아동들과 만남의 시간도 갖고 이들을 격려한다.

워드는 8일 오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서 혼혈아들을 만나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한다.

펄벅재단 이지영 간사는 "아이들이 지금도 `하인스 워드를 정말로 만나는 것이냐'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국내 혼혈인 `3만5천명+α' = 국내 혼혈인은 1940년대 중반 주한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1세대'를 시작으로 현재 3만5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펄벅재단에 따르면 국내에 살고있는 미국계 혼혈인이 5천명 정도, 코시안이 3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혼혈인은 역사적 관점에서 1, 2, 3세대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대다수가 아직 국내에서 각종 차별과 냉대에 시달리고 있다.

혼혈 1세대는 6ㆍ25전쟁 발발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주한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으로 1947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 태어나고 있다.

혼혈 2세대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은 동남아 남성과 한국여 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으로 1990년대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혼혈 3세대는 한국 남성과 주로 농촌에 시집온 동남아 여성 사이에 태어나는 이들로 2000년대부터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혼혈인에 대한 집계가 명확하지 않아 국내 거주 혼혈인은 3만5천명 이상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 "`반짝관심'이 더 큰 상처" = 혼혈인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혼혈인을 지원하는 관계자들이 늘 걱정했던 것은 혼혈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일시적인 관심이었다.

혼혈인 관련 전문가들은 혼혈인에 대한 `반짝 관심'은 이들에게 더 큰 상처와 함께 허탈감만 안겨주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며,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펄벅재단 이지영 간사는 "하인스 워드가 혼혈아들에게 긍정적인 모델이 돼 주기를 바라지만 혼혈인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영웅이 태어난다고 얼마나 바뀌겠느냐"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식의 제고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혼혈인 지원에 나선 `하이패밀리' 여한구 사무총장은 "혼혈인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은 반기지만 주변에서는 반짝 관심이 또다른 상처로 남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며 "과연 지금의 관심이 어느 정도 갈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여 사무총장은 "`혼혈'이라는 말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은 단어이기 때문에 용어 개선이 필요하며 의식개선과 함께 전반적인 법 체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재명 홍보협력팀장은 "혼혈인은 우리 국민이면서도 외모나 출신 국가에 따라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외국인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혼혈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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