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하나로 등 771만명…건당 1원도 안된 헐값에 불법판매
국내 인터넷 가입자 1240만명의 62.2%인 771만명의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출되고, 정보 한 건에 1원도 안 되는 헐값으로 거래된 사실이 밝혀졌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3일 가입자 정보를 불법으로 유통시킨 혐의(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송아무개(29·텔레마케팅 회사 대표)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불법으로 유통된 개인정보를 고객 유치 등에 활용한 이아무개(26·텔레마케팅 회사 대표)씨 등 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씨는 지난 1월 초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피시방에서 장아무개(31·텔레마케팅 회사 대표·영장신청)씨로부터 476만명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정보가 담긴 콤팩트디스크 두 장을 270만원에 구입했다. 송씨는 또 텔레마케팅 업자 유아무개(29·불구속)씨에게 150만명, 이아무개(27)씨에게 145만명 분의 정보를 제공받는 등 모두 771만건의 가입자 정보를 확보한 뒤, 이아무개(26·불구속)씨에게 476만명의 정보를 45만원을 받고 되파는 등 8명에게 건당 1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유통정보는 케이티(KT), 하나로통신(두루넷), 온세통신 등 국내 4대 인터넷 업체 가입자 정보였으며, 이 정보를 구매한 업자는 대부분 지난해 신규시장에 진출한 파워콤과 관련된 고객유치 영업을 담당하는 텔레마케팅 회사 관계자로 드러났다. 유출된 정보는 고객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전화번호, 아이디 등이며, 일부는 고객의 가족관계까지 포함돼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이아무개(29)씨가 수집한 145만건 중 60만건은 자신이 영업활동을 했던 몇몇 업체의 전산망에 공용 아이디로 접속해 직접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허술한 가입자 정보관리 실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업체 관계자들은 “영업일선에 있는 텔레마케팅 업체 수나 그들이 보유한 가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3년 전에는 개인정보 가격이 건당 50원까지 거래됐으나 올해는 값이 500분의 1까지 떨어진 사실에 비춰 그만큼 개인정보를 구하기가 쉬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7월부터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들이 본격적인 초고속 인터넷 영업에 나설 경우 가입자 확대 경쟁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안선 경위는 “이번 사건 피의자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 명의로 포털에 가입해 전자우편을 사용하기도 했다”며 “대포폰, 전자상거래 사기, 리니지 아이디 도용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될 경우 자칫 대형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안선 경위는 “이번 사건 피의자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 명의로 포털에 가입해 전자우편을 사용하기도 했다”며 “대포폰, 전자상거래 사기, 리니지 아이디 도용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될 경우 자칫 대형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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