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노해씨가 2일 저녁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경기 평택시 대추리를 방문해 자작시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를 낭송했다.
이 시는 미군기지 확장에 맞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추리 주민들의 입을 빌려 “평화의 농사를 짓겠다”는 각오를 밝힌 작품이다. “너희가 무력으로 내 땅을 강점하고/너희가 총칼로 내 봄을 짓밟는다면/이제 우리는 나라도 없다/이제 우리는 정의도 없다//미군의 민주주의/미군의 안보/미군의 권리에/내 땅에서 울부짖고 쓰러지고 쫓겨나는 나라라면/나라도 없는 우리는 이제부터 평화의 독립군이다/농사를 내려놓고, 삽도 호미도 내려놓고,/먼저 평화의 농사를 짓겠다.”
박 시인은 “지난 겨울 쿠르드 지역 평화활동을 다녀와 폐렴 증세로 고생하던 중 〈한겨레〉를 통해 정태춘씨 부상 소식을 듣고 뒤늦게 대추리를 찾았다”며 “옛 대추분교에서 열린 비닐하우스 촛불 집회에서 시를 읽는 동안 나도 울고 주민들도 울었는데 미군 헬기는 계속 요란하게 머리 위를 맴돌더라”고 말했다.
80년대 ‘노동자 시인’에서 국제 평화활동가로 변신한 그는 시의 마지막 연을 전세계적 생명·평화 연대의 메시지로 장식했다. “이 들녘에 떠오르는 아침해는/누구도 홀로 가질 수는 없듯이/이 들녘에 차오르는 봄은/누구도 홀로 맞을 수는 없듯이/대추리 도두리에도/전쟁의 바그다드에도/새만금에도/쿠르디스탄에도/봄은 어디서나 봄이어야 한다/아아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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