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서초동 행정법원에서 열린 유족급여 관련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쪽이 영사기까지 동원해 각자의 주장을 직접 말로 설명하는 ‘구술 변론’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행정법정 ‘구술변론’ 첫날
50분 진행 뜨거운 호응
50분 진행 뜨거운 호응
“자 그럼, 숨진 이아무개씨가 일했던 사무실을 보시겠습니다”
원고쪽 변호사가 증언대에서 마우스 왼쪽 단추를 누르는 순간, 보험모집 텔레마케터 사무실 사진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변호인은 “숨진 이씨는 근로자임이 분명하다”며 이번엔 파워포인트의 ‘서약서’라는 단어를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서약서의 원본 사진이 떴다. 그는 “근무규칙을 엄격히 정한 서약서 등으로 볼 때 이씨는 보험사의 근로자”라며 “따라서 업무 스트레스로 숨진 이씨의 유족에게 근로복지공단이 급여를 줘야한다”고 강조하며 변론을 마쳤다. 이어 피고 쪽 대리인의 반론이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상준)는 5일 보험모집 텔레마케터로 일하다 숨진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변호인의 ‘구술변론’으로 진행했다. 예전같으면 재판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5분만에 끝났을 재판이 이날은 50분동안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재판장이 심리에 앞서 당사자와 방청객에게 사건의 개요와 쟁점을 설명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김상준 부장판사는 재판에 앞서 “법정에서 정보교환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오감을 총동원 해야한다”며 “구술변론 재판이 잘 정착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판을 지켜본 이우근 행정법원장은 “음향조절 문제를 빼곤 준비가 잘 됐다”며 “확대적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법원은 지난달 5개 합의부를 구술변론 시범재판부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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