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씨가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자신의 집에서 부인 김순희씨의 손을 주물러 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공무원 이철수씨, ‘다발성 전신 위축증’ 아내위한 노래
“삶은 어차피 살 때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하루하루 생명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이렇게 말한다. “네가 살아 있어 내가 행복해.”
오는 6월 공무원 생활 38년을 마무리하고 서울시를 떠나는 전 중구의회 사무국장 이철수(60·공로연수 중)씨는 아내에게 이런 고백을 전하는 책을 펴냈다. 책 이름은 말 그대로 <당신이 살아 있으므로 행복합니다>(책이 있는 마을 펴냄).
10년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이젠 오른손 검지만 움직여
못다한 사랑 전하고 싶어 눈물겨운 투병 소설로
6월이면 공직서 정년퇴직, 아내와 시장 가봤으면… 이 책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알뜰살뜰했던 아내가 점차 몸놀림이 둔해져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모습으로 변해가기까지, 현대의학은 물론 민간요법·대체의학 등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병구완을 한 남편의 눈물겨운 기록이다. ‘실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씨의 경험을 그대로 담은 에세이에 가깝다. 10년 전부터 원인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던 이씨의 부인은 1999년 ‘다발성 전신 위축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자율신경을 관장하는 소뇌의 뇌세포가 축소되면서 점점 몸의 운동기능을 잃어가는 질병으로, 원인과 치료방법이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 “옛날 우리 속담에 ‘어느 구름이 소나기 들어 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민간요법으로 나온 방법을 시도할 때는 다만 며칠 동안이라도 아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좋아지는 기미가 있었어요. 나중엔 다시 병세가 나빠져 안타까웠지만, 그동안 노력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아내는 어눌하나마 말로 뜻을 전할 수 있었지만, 그도 불가능해지자 이씨는 손수 자음과 모음을 별도로 적은 글자판을 만들어 해당 글자가 눈앞에 보이면 부인이 눈꺼풀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현재 부인은 오른손 검지 하나만 움직일 수 있다. 두달 전엔 그 손가락을 움직여 이씨의 손에 ‘물’이라고 적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씨는 아내와 같은 병과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아내에게 말로 다 못하는 사랑을 전하고 싶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꿈을 꾸었어요.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에 가서 장바구니 수레를 밀고 다니며 물건을 사고 다니는 꿈을 꾸다가 깨고 나서 현실이 아님을 알고 몹시 서운해했지요. 행복이란 어쩌면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못다한 사랑 전하고 싶어 눈물겨운 투병 소설로
6월이면 공직서 정년퇴직, 아내와 시장 가봤으면… 이 책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알뜰살뜰했던 아내가 점차 몸놀림이 둔해져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모습으로 변해가기까지, 현대의학은 물론 민간요법·대체의학 등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병구완을 한 남편의 눈물겨운 기록이다. ‘실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씨의 경험을 그대로 담은 에세이에 가깝다. 10년 전부터 원인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던 이씨의 부인은 1999년 ‘다발성 전신 위축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자율신경을 관장하는 소뇌의 뇌세포가 축소되면서 점점 몸의 운동기능을 잃어가는 질병으로, 원인과 치료방법이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 “옛날 우리 속담에 ‘어느 구름이 소나기 들어 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민간요법으로 나온 방법을 시도할 때는 다만 며칠 동안이라도 아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좋아지는 기미가 있었어요. 나중엔 다시 병세가 나빠져 안타까웠지만, 그동안 노력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아내는 어눌하나마 말로 뜻을 전할 수 있었지만, 그도 불가능해지자 이씨는 손수 자음과 모음을 별도로 적은 글자판을 만들어 해당 글자가 눈앞에 보이면 부인이 눈꺼풀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현재 부인은 오른손 검지 하나만 움직일 수 있다. 두달 전엔 그 손가락을 움직여 이씨의 손에 ‘물’이라고 적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씨는 아내와 같은 병과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아내에게 말로 다 못하는 사랑을 전하고 싶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꿈을 꾸었어요.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에 가서 장바구니 수레를 밀고 다니며 물건을 사고 다니는 꿈을 꾸다가 깨고 나서 현실이 아님을 알고 몹시 서운해했지요. 행복이란 어쩌면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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