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참여연대 ‘MK 부자 고발’ 어떻게 처리될까

등록 2006-04-12 08:11

검찰, 증거 확보에 성공한다면 배임죄 처벌 가능

현대차 비자금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등을 규명하려는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참여연대가 정몽구 현대차 회장 부자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고발 사건을 기존 수사와 병합해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나 배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 확보가 쉽지 않은 형편이어서 정 회장 부자를 사법처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참여연대의 MK 부자 고발 근거 = 참여연대는 정몽구 회장 부자 등 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의 전현직 대표이사 5명이 글로비스에 `몰아주기'를 해 정 회장 부자가 최소 1조976억원의 이득을 얻고 회사는 그만큼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글로비스를 세웠다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것이 뻔한 글로비스의 수익은 계열사들의 이득으로 돌아갈 텐데 정 회장 부자가 대주주가 되는 바람에 이들 부자의 개인 이득이 됐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사의 `회사기회 편취(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즉 `회사의 이사나 지배주주가 회사의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자기가 가로채거나 제3자인 총수 부자에게 넘겨주는 행위'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적용 가능 법 조항과 판례 =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이 적용되며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며 이득액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도 매길 수 있다.

배임죄의 `손해'에는 기존 재산이 감소하는 적극적 손해 뿐 아니라 장래의 기대 이익이 상실되는 소극적 손해도 포함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여서 참여연대의 주장대로 현대차 계열사들의 손해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

◇ 유죄 인정 가능성은 미지수 =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정 회장 부자 등 피고발인들에게 배임죄가 인정되려면 여러 단계를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현대차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글로비스와 같은 회사를 창업하면 바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음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그리 쉽지 않다.

배임죄를 적용하려면 실제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객관적 사실'과 함께 행위자의 `주관적 인식', 즉 `내 행동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는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하는데 내심(內心)의 의사 입증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글로비스에 `몰아주기'를 한 것을 문제삼더라도 계열사 대표들이 `글로비스에 운송 물량을 주느냐 마느냐는 개별 기업들의 경영 판단일 뿐 정 회장 지시에 따른 게 아니다'고 주장할 경우 반박 근거를 찾아야 하는 것도 넘어야할 장애다.

계열사 대표들에게 `글로비스의 대주주가 돼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회사 경영만 잘 하면 되지 자산운용까지 잘 해서 글로비스에 투자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임죄의 인과관계가 거꾸로 됐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비스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는데 그 수익을 얻을 기회를 고의로 포기했다'는 것이 아니라 `글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는데 글로비스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순서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회장 부자의 편법적인 부 축적과 경영권 승계를 문제삼으려면 차라리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증거확보'가 처벌 관건 = 수사는 `생물'과 같고 검찰이 현대차 그룹과 정 회장 부자를 수사해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각종 증거를 찾아낼 여지도 있기 때문에 `처벌 난망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찰이 현대차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정의선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시나리오'를 찾아냈거나 계열사 대표들에게 경영권 승계의 전 과정을 지시한 문건 등 직접 증거들을 찾아낸다면 사법처리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현대차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최근 "수사 성과가 상당히 좋다. 회사를 이용한 부의 축적과 이전도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배임 혐의를 입증할 상당량의 물증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에버랜드 CB 사건의 경우도 검찰이 기소 여부를 막판까지 고민하는 등 법리적으로 유죄 승산이 적다고 봤지만 막상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낸 것처럼 현대차 사건도 검찰의 수사와 공소 유지 방법에 따라 유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