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섯달 묵힌 수사 결과 없어 빈축
해양부가 ‘축소수사 압력’ 의혹 불거져
해양부가 ‘축소수사 압력’ 의혹 불거져
이번 수산물 원산지 위반 수사에서는 경찰이 학교급식 업체들을 다섯 달 넘게 수사하고도 결과를 내놓지 않아 통상적인 수사 관례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경찰은 다섯 달 동안 수사상 필요에 따른 엠바고(보도금지) 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겨레>가 경찰 수사 상황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자 갑자기 수사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경찰이 공개한 내용은 “19개 업체가 러시아·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수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서울·경기지역 초·중·고 학교에 납품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원산지 위반 혐의를 두고 피의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데다 계속 수사가 확대되고 있어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수산물 관련 업계에는 널리 퍼져 있어 사실상 ‘공개 수사’라는 점에서 경찰의 해명은 석연치 않다.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부처인 해양수산부 쪽에서 경찰에 국민들의 큰 관심사인 식품 관련 수사인만큼 신중을 기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그런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전화가 왔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저질·원산지 표시 위반 수산물 문제가 불거진 책임을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와 수협에 불만을 품은 일부 영업점장들의 ‘과장과 확대’ 탓으로 돌렸다. 수협은 또 “2004년 8개월 동안 제기된 클레임(시정요구) 409건은 전체 납품 건수에 비해선 극히 적은 숫자이며 다른 업체보다는 훨씬 양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협은 이날까지도 2004년에 클레임으로 반품된 수산물 건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해양수산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다섯달 남짓 수사를 벌이면서 수산물 유통업계의 부조리가 업계에 널리 알려졌음에도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해양부는 2003년 이후 한 차례도 감사를 벌이지 않았다. 해양부 당국자는 “경찰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3~2005년 세 차례에 걸쳐 조사를 벌였으나, 문제점을 적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전종휘 조혜정 유신재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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