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시장때 기획…이명박시장 ‘가속페탈’
“언젠가는 문제가 터질 줄 알았습니다.”
12일 <한겨레> 기자와 만난 전 한독산업협동단지(한독단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지난 2002년 한독단지를 나온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핵심이 의지를 가지고 밀어주고 있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독단지에서 처음 서울시에 제시한 그림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C4지구를 독일의 유수대학과 기업들의 연구소로 100% 조성하고, E1지구는 이들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숙소와 사무실로 51% 이상을 쓰겠다는 계획이었다”며 “당시 서울은 독일의 첨단기술이 들어온다는 명분이 필요했고, 독일 쪽에서는 싼값에 한국에 핵심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익이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이 계획을 처음 승인한 것은 민선 2기 시장인 고건 전 시장이었다. 하지만 2002년 7월 이명박 시장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이명박 시장은 처음에는 디지털미디어시티 사업 자체를 고건 전 시장의 사업으로 보고 큰 관심이 없었다”며 “때문에 디엠시 사업을 맡고 있던 직원들은 대부분 일선 구청으로 발령이 나서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시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디지털미디어시티, 특히 한독단지 사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공식자료에서도 이 시장이 한독단지의 협력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서울시가 발행하는 <하이서울뉴스> 2004년 4월8일치를 보면, 2010년까지 상암동 디엠시 안에 한독산학기술연구원(KGIT)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독산학기술연구원은 지난 2000년 한국과 독일의 관련 학자들에 의해 발의된 후 서울시가 부지를 알선하고, 행정지원을 펼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며 “특히 지난해 9월 이명박 서울시장이 독일을 방문해 추진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에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디엠시 사업 특혜 의혹을 제기한 최재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조만간 이명박 시장과 한독단지의 관계에 대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이유주현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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