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으로 낮춰야”
대학생들 “설치기준 너무해”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탓하면서 왜 학교에 부재자 투표소는 안 만들어 주나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학생들의 부재자 투표소 확대 설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 소속 50여개 대학 학생들은 지난 8일 ‘5·31 지방선거 전국대학생연대’(대학생연대)를 발족한 뒤,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요건을 현행 선거법상의 2000명 이상에서 500명 이상으로 낮출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현행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사실상 학생 규모가 2만명을 넘는 큰 학교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총선 때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한 학교는 12곳에 불과했다. 이대원 대학생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 대학 투표소의 투표율은 75%로, 40%대에 불과한 20대 평균 투표율보다 훨씬 높았다”며 “20대가 사회의식이 부족하다고 탓하기에 앞서 제도적인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연대는 지난 21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면담해 이런 요구를 전달했으며, 곧 한나라당·민주노동당 지도부도 만날 예정이다. 이에 앞서 7일에는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등과 함께 부재자 투표소 설치 조건 완화를 위한 토론회를 벌이기도 했다.
대학생연대는 선거 연령을 만 18살 이하로 낮출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 연령이 만 19살로 낮아진 뒤 처음 치러지는 전국적인 선거이지만,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젊은이들이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선거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대 투표율을 높이자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 한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인력·재정 등 형편을 고려해봐도 시·군·구 단위에 설치되는 부재자 투표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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