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없애고 머리 심고 피부관리 마사지도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유권자들에 ‘한 표’ 호소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유권자들에 ‘한 표’ 호소
“유권자들이 ‘얼굴 보고 찍는 풍조’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도에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려는 김아무개(52)씨는 여섯달 전 성형외과를 찾았다. 김씨와 상담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단박에 두가지 시술을 권했다. 우선 눈 밑에 도톰하게 붙은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라고 했고, 동시에 미간과 입가의 주름을 펴는 ‘하이브리드 리프트’ 시술을 제안했다. ‘하이브리드 리프트’는 레이저로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실로 주름을 당기거나 보톡스 주사를 놓는 등 수술칼을 대지 않고 주름을 펴는 성형외과적 시술방법이다.
김씨는 주저없이 의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얼굴이 바뀌면 유권자들에게 훨씬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방 제거 수술에 150만원, ‘하이브리드 리프트’에 700만원 등 모두 850만원을 썼지만, 비용 대비 효과엔 이미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도의회에 출사표를 낸 황아무개(60)씨도 얼마 전 지방이식수술을 받았다. 평소 뺨이 움푹 패어 피곤하고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어 고민하던 터였다. 그는 300만원을 들여 뺨에 지방을 넣고, 레이저로 얼굴에 얼룩덜룩 나 있던 검버섯도 뺐다. 절식·절주·금연 등 엄격한 자기 관리 프로그램도 곁들였다.
정치인 혹은 정치지망생의 성형외과 출입은 비단 김씨나 황씨만이 아니다. 특히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강금실·오세훈 현상’에서 보듯 ‘이미지 선거’가 극대화되면서 성형외과까지 정치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변신’은 △어두운 느낌을 주기 쉬운 눈 밑의 지방을 제거하거나 △신경질적인 인상을 주는 눈썹 사이 주름를 펴거나 △머리를 심어 숱이 많아 보이게 하는 등 젊고 환한 용모와 이미지를 얻으려는 데 맞춰지고 있다.
시사주간지의 한 정치부 기자는 “60대의 한 구청장 후보가 며칠 동안 연락이 끊겨 나중에 알아보니 눈밑 지방제거 수술을 하느라고 그런 것이었다”며 “평소엔 담배·술로 얼굴이 칙칙하던 서울의 한 시의원도 선거철이 되니 정기적으로 피부 마사지를 받아 ‘포토샵 처리’한 것처럼 얼굴이 환해졌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평소엔 근엄해 보이던 남성 정치인들도 유권자 표를 의식해 피부 마사지는 기본이고, 머리심기·눈썹문신·주름제거 수술 등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외모 관리에 열심인 것을 두고 여론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피부미용 전문기업인 ‘고운세상 네트워크’가 지난 10~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누리꾼(네티즌) 833명을 대상으로 ‘정치인 외모관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4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24%는 ‘적당한 수준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정성일 성형외과 전문의는 “정치인들이 성형수술에 과감해지는 것은 나이 든 남성들도 자기 외모를 열심히 가꾸려는 요즘의 추세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서울 강남 지역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정성일 성형외과 전문의는 “정치인들이 성형수술에 과감해지는 것은 나이 든 남성들도 자기 외모를 열심히 가꾸려는 요즘의 추세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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