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검찰수사 결과 115억=>정몽구 회장 구속영장 170억?
비자금 조성 출처 등 2004년 수사와 차이
현대차그룹이 2002년 대선 기간에 쓴 비자금과 2004년 대선자금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나, 지난 대선 때 현대차그룹이 실제 얼마의 불법정치자금을 정치권에 건넸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2003년~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현대차가 한나라당에 100억원의 불법 자금을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검찰은 2002년 11월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이아무개 현대캐피탈 사장에게 100억원을 마련하도록 지시했고, 이 사장과 최아무개 현대차 부사장은 현대캐피탈 지하 4층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100억원을 50억원씩 나눠 ‘차떼기’로 한나라당 쪽에 넘겼다고 밝혔다. 여기에 현대차가 임직원들 이름으로 편법 지원한 돈이 한나라당 9억원, 민주당 6억6천만원으로 드러나 현대차가 정치권에 건넨 돈은 모두 115억여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몽구(68) 회장의 구속영장에는 대선 전인 2002년 9월~12월에만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비밀금고에서 비자금 170여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온다. 또 ‘글로비스 보관 비자금 횡령내역’을 보면, 수천만원~수억원 단위로 빠져나가던 비자금은 9월21일 21억원, 10월22일 31억5천만원, 11월11일 52억원, 대선 바로 직전인 12월12일 20억원이 뭉터기로 출금됐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 밝혀진 것보다 훨신 많은 현대차 비자금이 정치권에 흘러 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선자금 수사 때 검찰이 기업 쪽의 협조를 얻기 위해 재벌 총수들에게 ‘선처’를 약속하며 ‘협상’을 했던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수사팀은 정 회장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지만, 정 회장은 불법자금 제공 사실을 딱 잡아뗐다. 그러다가 검찰이 정 회장의 배임 단서를 확보해 이를 추궁하자, 현대차는 그제서야 100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현대차는 애초 100억원 모두 숨진 정주영 명예회장의 돈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20억원은 현대캐피탈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영장에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 위아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글로비스의 비밀금고에 보냈고, 이 돈을 정 회장이 가족의 용돈 및 생활비, 불법 정치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지났기 때문에 대선자금 수사를 다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검찰에서 비자금의 상당액을 ‘노무 관리비’나 임직원들의 격려비, 여수 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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