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대책위가 3일 오후 대추분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군·경찰이 용역업체를 동원해 야간에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려는 작전 계획을 세웠다”며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을 이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평택/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합의 뒤집은 국방부에 격앙…주민 모인 대추분교 앞 ‘폭풍전야’
“대화는 무슨 대화여….”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놓고 국방부와 대추리 주민, 인권단체들의 대화가 결렬된 3일, 대추리에는 폭풍 전야의 고요가 흘렀다. 평화적 해결에 희망을 걸었던 주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배신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주민과 지속적인 대화로 사태를 풀겠다’는 합의까지 했던 국방부가 불과 사흘 만에 이를 뒤집고 군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더욱 격앙돼 있었다.
국방부의 밀어붙이기에 화난 주민들=대추분교 앞에서 만난 주민 송재국(69)씨는 “국방부가 지난해 8월26일 대추리에서 첫 설명회를 연 것은 사실이지만, 토지를 내놓지 않겠다던 사람에겐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국방부는 그 설명회를 끝으로 그냥 공탁을 걸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애초 2003년 대추리 수용계획을 발표했을 때 수용 예정 면적은 25만평이었다. 지금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김지태 대추리 이장은 “25만평이면 내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방부가 나중에 느닷없이 285만평이라며 나가야 된다고 했다”며 “그게 말이 되는 짓이냐”고 흥분했다.
2004년 2월엔 주민들의 국방부 장관 면담 요구도 거부되고, 그해 9월1일 평택대에서 열린 특별공청회에 참석했다가 항의한 주민들은 연행과 수배, 벌금형을 겪어야 했다.
대추리 주민 대부분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미군기지 확장에 따라 2~3차례씩 땅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주민들의 이런 피해의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반복했다.
주민보상 적절했나?=대추리 주변의 농지는 평당 30만~40만원 선인 데 비해 주민들이 받은 농지 보상비는 평당 평균 15만원 선이다. 주민 방효태(70)씨는 “2400평 농사를 짓는데 이번에 미군기지 때문에 쫓겨나면 벌써 두번째”라며 “왜 매일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국방부는 최소한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아보려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보상을 받고 나간 사람들의 불만도 마찬가지다. 대토가 마련된 곳은 충남 서산이다. 평택에서 왕복 3시간이나 되는 거리다. 대추리를 떠난 택시기사 김윤옥(52)씨는 “국방부가 특별 위로금으로 1500만원 준다고 해놓고 왜 지금 와서는 모르쇠냐”며 “모순된 행정을 펴니까 주민들 불신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주민 임경빈(75)씨도 “논 팔고 집 팔고 나와서 전세로 평택 안정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노인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보상금 타 먹은 것 곶감 빼먹듯 빼먹고 있지”라며 고개를 떨궜다. 서산에 대토를 마련한 농민 신용조씨는 “현지에 농기계 보관창고를 만들었다가 불법 건물이라고 해 전과자가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불신은 극한대결 불러와=대추리 주민 강연석(63·여)씨는 “이번에도 쫓겨나면 두번째다. 밥 먹고 사는 것 어려울까봐 이러는 것이 아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강씨는 “약도 오를 대로 오르고 독도 오를 대로 올랐다”며 “내가 죽어 손주들이 사람 대접 받는다면 죽을 각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한 농민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지들이 무기 들고 들어오면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농약이라도 뿌리고 싶지만 끝까지 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5년간의 갈등 끝에 국군기무사령부 과천 이전을 끝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자체 평가 보고서에서 ‘대규모 이전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절차만 준수한 나머지 홍보가 부족했고 충분한 주민 의견수렴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똑같은 오류가 대추리에서 반복되며 극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미군기지 이전 터인 경기 평택시 대추리에 대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 시한이 임박한 3일 오후 대추리 들녘에서 한 농부가 트랙터로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주민보상 적절했나?=대추리 주변의 농지는 평당 30만~40만원 선인 데 비해 주민들이 받은 농지 보상비는 평당 평균 15만원 선이다. 주민 방효태(70)씨는 “2400평 농사를 짓는데 이번에 미군기지 때문에 쫓겨나면 벌써 두번째”라며 “왜 매일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국방부는 최소한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아보려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보상을 받고 나간 사람들의 불만도 마찬가지다. 대토가 마련된 곳은 충남 서산이다. 평택에서 왕복 3시간이나 되는 거리다. 대추리를 떠난 택시기사 김윤옥(52)씨는 “국방부가 특별 위로금으로 1500만원 준다고 해놓고 왜 지금 와서는 모르쇠냐”며 “모순된 행정을 펴니까 주민들 불신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주민 임경빈(75)씨도 “논 팔고 집 팔고 나와서 전세로 평택 안정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노인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보상금 타 먹은 것 곶감 빼먹듯 빼먹고 있지”라며 고개를 떨궜다. 서산에 대토를 마련한 농민 신용조씨는 “현지에 농기계 보관창고를 만들었다가 불법 건물이라고 해 전과자가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불신은 극한대결 불러와=대추리 주민 강연석(63·여)씨는 “이번에도 쫓겨나면 두번째다. 밥 먹고 사는 것 어려울까봐 이러는 것이 아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강씨는 “약도 오를 대로 오르고 독도 오를 대로 올랐다”며 “내가 죽어 손주들이 사람 대접 받는다면 죽을 각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한 농민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지들이 무기 들고 들어오면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농약이라도 뿌리고 싶지만 끝까지 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5년간의 갈등 끝에 국군기무사령부 과천 이전을 끝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자체 평가 보고서에서 ‘대규모 이전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절차만 준수한 나머지 홍보가 부족했고 충분한 주민 의견수렴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똑같은 오류가 대추리에서 반복되며 극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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