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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호르몬주사·정기검사·학교급식비 ‘무료’

등록 2006-05-04 19:41수정 2006-05-11 10:16

[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②장애 이겨나갈 힘과 꿈
식사 때마다 엄마와 ‘전쟁’ 치르는 료지웨이
제대로 치료 받으며 학교 다닐 수 있어 행복
심각한 질병·장애 어린이 철저히 보호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도와
대만 / 식욕 자제 못하는 장애 11살 료지웨이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투청현의 한 아파트. 거실 한 편의 냉장고 문은 쇠사슬로 묶여 단단한 자물쇠로 잠겨있다. 어머니 판비칭(43)이 물이라도 꺼내려고 자물쇠를 열면, 방안에 혼자 있던 료지웨이(11)는 귀신같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나온다. “먹고 싶어, 먹고 싶어!”

료지웨이는 2살 때 프라더-윌리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식욕을 자제할 수 없는 장애인데, 약 1만5천명에 1명 꼴로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당연히 비만과 당뇨, 고혈압, 통풍 등 갖가지 합병증에 시달리고 지능발달 장애와 발육 부진도 나타났다.

대만 소년 료지웨이는 식욕을 자제할 수 없는 희귀장애 프라더-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어 6살 때 키 110cm에 몸무게는 40kg을 넘었었다.  무료로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고, 언제 먹을 걸 뒤지고 다닐지 몰라 냉장고는 항상 쇠사슬로 묶어 잠궈두는 생활을 통해 지금은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소년 료지웨이는 식욕을 자제할 수 없는 희귀장애 프라더-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어 6살 때 키 110cm에 몸무게는 40kg을 넘었었다. 무료로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고, 언제 먹을 걸 뒤지고 다닐지 몰라 냉장고는 항상 쇠사슬로 묶어 잠궈두는 생활을 통해 지금은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첫 아이가 이름도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희귀병을 앓게 되자 판비칭은 눈앞이 캄캄했다. 어떻게 키울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결국 다니던 아동복 생산공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을 차렸다. 막대한 치료비 때문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아이를 위해 자유롭게 시간을 쓰기 위해서였다.

희귀병과 맞서는 일은 무척 버거웠다. 료지웨이는 6살 때 키 110cm에 몸무게는 40kg을 넘고 말았다. 판비칭은 우선 냉장고 문을 걸어 잠갔고, 농구, 수영 등 운동과 미술치료도 시작했다. 먹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날마다 료지웨이와 함께 등·하교를 했다. 프라더-윌리 증후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성장 호르몬 주사도 8살 때부터 매일 직접 놔주고 있다. 한달 주사비만 4만5천위안(우리돈 약 130만원)이 들지만 대만에선 희귀병·희귀약품법에 따라 무료로 약을 살 수 있다.

특히 이런 어린이들을 위한 장애인 수첩이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씩 받는 혈액검사와 1년에 한번씩 받는 호흡·수면 검사 등 병원비도 무료다. 학교에서도 수업료·급식비 등이 모두 면제된다.

판비칭의 이런 정성과 장애 어린이에 대한 무상의료 덕분에 료지웨이는 현재 152cm까지 키가 자랐고 몸무게도 48kg으로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먹는 것을 놓고 수시로 ‘전쟁’을 치르고, 삶의 순간 순간이 아슬아슬한 료지웨이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으며 특수학급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행복해 보였다.

대만에선 심각한 질병과 장애를 앓는 어린이들을 위한 철저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래서 이런 어린이들도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있다. 태어난 어린이가 희귀병과 장애를 앓게 되면 희귀병·희귀약품법에 따라 의료비 부담을 덜게 된다. 약값은 모두 무료이고, 진료비는 개인부담액의 70%까지 국가가 보조해 준다. 또 ‘심신장애보호법’도 제정돼 있어 장애를 겪는 어린이는 물론 일반 국민의 생활보호까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사진 타이베이/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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