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입양의 날(11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이준희(뒷줄 왼쪽)씨의 서울 송파구 집에서 10일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막내 은지, 셋째 예지, 남편 김산석씨, 아들 용갑씨.
뇌성마비·선천성 각화증 맘껏 치료 해줬으면
웃는 모습이 똑닮은 6명 우리는 평범한 가족이에요
웃는 모습이 똑닮은 6명 우리는 평범한 가족이에요
장애아동 둘 입양해 키우는 이준희씨 부부
18평 아파트의 아담한 거실 벽은 앨범을 펼쳐놓은 듯 사진이 가득했다. 선한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웃는 모습이 똑 닮은 사진 속 사람들은 틀림없는 한가족이다. 여느 가족들이 보기엔 ‘특별한’ 가족이지만, 이들은 평범한 가족이길 바란다.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장애까지 있는 너희들 데려다 키워주니 참 복도 많다’고 말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우린 그저 평범한 가족일 뿐인데 아이들이 상처라도 받으면 어떡할지….”
이준희(49·주부)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제1회 입양의 날인 11일 장애아동 둘을 입양해 키운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지만, 이런 이유로 “사실 상도 마다고 싶었다.”
2000년 새해가 되던 날 ‘아이를 입양하자’는 이씨의 갑작스런 제안을 받은 남편 김산석(52·회사원)씨와 아들 용갑(25·회사원), 딸 다정(20·대학생)씨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해 여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예지(6)가 한식구가 됐고 2002년 겨울엔 막내 은지(5)가 들어왔다.
늦둥이 엄마의 기쁨에 젖는 것도 잠시, 은지가 돌이 되던 무렵 뇌성마비 진단을 받으면서 이씨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의사는 은지가 자라면서 언어장애나 학습장애 등 하나의 장애는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장애를 치료하려면 집이 망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지만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제대로 치료해주자는 생각뿐이었어요. 커서 본인이 장애가 있다는 걸 깨달으면 얼마나 충격이 클까 가슴 아팠죠.”
이씨는 은지의 돌잔치가 끝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물리치료 등으로 뻣뻣하던 왼쪽 발등과 팔이 부드러워지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은지는 왼팔과 왼다리가 조금 짧아 보조기를 안 하면 잘 넘어지지만 큰 장애는 남지 않았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은지에게 언어·심리치료를 받게 해주는 게 이씨의 희망이다. 하지만 의료급여 혜택이 되지 않아 빠듯한 살림에 엄두를 못 내고, 대신 놀이재료를 사들여 집에서 직접 가르친다. 언니 예지는 손바닥과 발바닥 살이 두꺼워지고 각질이 벗겨지는 선천성 각화증을 앓고 있지만 치료방법이 없어 녹용 등을 챙겨 먹이고 있다. 이씨는 한국입양홍보회 입양부모모임에 나가 이런 어려움을 나눈다. 아들 용갑씨는 직장에 다니기 전까지 이씨와 함께 모임에 참석했던 든든한 후원자다. “부모님께서 만약 잘못되면 동생들은 장남인 제가 돌봐야죠.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동생들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남편 김씨는 은지를 안을 때마다 뻣뻣한 왼팔과 왼다리를 정성스레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아이들이 오히려 내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덕에 세상이 밝아 보입니다.” 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입양아동 고등교육 무료
국민90% “몰라요”
정부, 입양혜택 홍보 부족 제1회 입양의 날인 11일은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해 건강한 새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국내로 입양된 아이들은 1460여명으로 2004년보다 180명 정도가 줄었다. 반면에 국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여전히 2천명이 넘는다. 한국은 여전히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는 일반인들의 입양에 대한 편견 문제도 있지만, 정부의 입양정책 및 입양혜택에 대한 홍보 부족 탓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배태순 경남대 교수(사회복지학) 연구팀이 지난해 전국 6개 대도시 1721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8~9명은 입양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90%의 응답자들이 입양을 할 경우 입양아동의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거의 몰랐다고 답했다. 또 장애아동을 입양하면 양육보조수당과 의료비 지원이 이뤄진다는 사실도 86.3%의 응답자가 몰랐다. 배 교수는 “국내 입양을 늘리려면 입양부모들이나 예비 입양부모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주 기자
일반아동 입양 양육비 매달10만원 지급 추진 18살까지…장려금 200만원도 보건복지부는 10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반 아동 입양 가정에 다달이 10만원 정도의 양육비를 만 18살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장애 아동 입양의 경우에만 다달이 52만5000원의 양육비가 지원되고, 일반 아동은 의료급여 1종의 혜택만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또 입양 장려금으로 입양 시점에 입양가정에 200만원을 지급하고,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지원비로 매달 15만~3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석규 복지부 아동복지팀장은 “아동 입양에 대한 혜택을 확대해 국내 입양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이씨는 은지의 돌잔치가 끝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물리치료 등으로 뻣뻣하던 왼쪽 발등과 팔이 부드러워지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은지는 왼팔과 왼다리가 조금 짧아 보조기를 안 하면 잘 넘어지지만 큰 장애는 남지 않았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은지에게 언어·심리치료를 받게 해주는 게 이씨의 희망이다. 하지만 의료급여 혜택이 되지 않아 빠듯한 살림에 엄두를 못 내고, 대신 놀이재료를 사들여 집에서 직접 가르친다. 언니 예지는 손바닥과 발바닥 살이 두꺼워지고 각질이 벗겨지는 선천성 각화증을 앓고 있지만 치료방법이 없어 녹용 등을 챙겨 먹이고 있다. 이씨는 한국입양홍보회 입양부모모임에 나가 이런 어려움을 나눈다. 아들 용갑씨는 직장에 다니기 전까지 이씨와 함께 모임에 참석했던 든든한 후원자다. “부모님께서 만약 잘못되면 동생들은 장남인 제가 돌봐야죠.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동생들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남편 김씨는 은지를 안을 때마다 뻣뻣한 왼팔과 왼다리를 정성스레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아이들이 오히려 내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덕에 세상이 밝아 보입니다.” 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입양아동 고등교육 무료
국민90% “몰라요”
정부, 입양혜택 홍보 부족 제1회 입양의 날인 11일은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해 건강한 새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국내로 입양된 아이들은 1460여명으로 2004년보다 180명 정도가 줄었다. 반면에 국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여전히 2천명이 넘는다. 한국은 여전히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는 일반인들의 입양에 대한 편견 문제도 있지만, 정부의 입양정책 및 입양혜택에 대한 홍보 부족 탓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배태순 경남대 교수(사회복지학) 연구팀이 지난해 전국 6개 대도시 1721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8~9명은 입양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90%의 응답자들이 입양을 할 경우 입양아동의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거의 몰랐다고 답했다. 또 장애아동을 입양하면 양육보조수당과 의료비 지원이 이뤄진다는 사실도 86.3%의 응답자가 몰랐다. 배 교수는 “국내 입양을 늘리려면 입양부모들이나 예비 입양부모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주 기자
일반아동 입양 양육비 매달10만원 지급 추진 18살까지…장려금 200만원도 보건복지부는 10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반 아동 입양 가정에 다달이 10만원 정도의 양육비를 만 18살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장애 아동 입양의 경우에만 다달이 52만5000원의 양육비가 지원되고, 일반 아동은 의료급여 1종의 혜택만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또 입양 장려금으로 입양 시점에 입양가정에 200만원을 지급하고,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지원비로 매달 15만~3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석규 복지부 아동복지팀장은 “아동 입양에 대한 혜택을 확대해 국내 입양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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