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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18 광주 ‘진압군’ 김동관씨 정신병원 떠돈 20여년

등록 2006-05-14 19:22

‘끝나지 않은 비극’
‘그날의 기억’ 환청·환각 시달려

“시위대가 탔던 버스에 들어갔는데, 운전사가 총에 눈을 맞았어. 그런데 손을 대니 아직 심장이 뛰고 있었지…. 그게 슬퍼서, 그들의 죽음이 슬퍼서…”

김동관(48)씨. 고려대 정외과를 다니다 입대한 그는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제3공수특전여단 소속의 ‘진압군’이었다. 전령병이었던 탓에 무전으로 쉴새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 보고와 지시를 들으며 참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는 “시민을 학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다 동료나 상관들과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함께 근무했던 장현일(50)·이상래(48)씨는 그런 김씨를 “인정이 많고 의협심이 강한 친구”로 기억한다.

‘광주’가 진압되자, 김씨가 저항했던 야만적 폭력은 김씨를 향했다. 견딜 수 없는 부대 생활에 그는 손목을 긋기도 했다. 그런 일들은 김씨가 제대하던 81년 11월까지 이어졌다. 군에서 제대한 그에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전쟁·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어서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마음의 병을 얻어 돌아온 외아들에 충격을 받아 83년 겨울 숨졌다. 어머니 김영순(76)씨도 20곳이 넘는 정신병원을 떠도는 아들을 돌보며 가슴앓이를 하다 심장병을 얻었다. 가산도 모두 김씨 병시중에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91년 늦깎이로 이아무개(43)씨를 만나 아들(13)을 하나 두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간의 행복이었다. 환청과 환각은 김씨를 놓아주지 않았다. 고통을 잊으려 술을 마셨지만, 발작은 더 심해질 뿐이었다. 생계조차 잇기 어려웠던 탓에 두 사람은 2002년 ‘협의이혼’을 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금도 “남편의 증세가 호전되면 함께 조용한 시골에 내려가 살고 싶다”고 말한다.

가정생활도 파탄…고통의 나날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친구들은 지난해 육군본부에 김씨를 공상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냈으나 군복무 당시 정신과 진료기록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김씨의 대학 동기생인 황남준(48·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씨는 “동관이는 80년 5월 광주의 또 다른 피해자이자 우리 시대 마지막 ‘박하사탕’의 주인공”이라며 “광주의 비극에 저항했던 그가 20여년 동안 겪고 있는 아픔은 국가폭력 때문인 만큼 정부가 하루 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진압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이후 정신적·육체적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선 아직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5·18기념재단 쪽도 “관련 조사자료나 기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 진정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증세가 악화돼 가족조차 면회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진압군에 속했다 할지라도 그들이 겪는 정신적 외상에는 똑같이 역사의 상흔이 자리잡고 있다. 김씨와 같은 ‘5.18의 기억’들은 26년이 흐른 지금도 잃어버린 시간 속을 고통스럽게 방황하며 삶의 한 켠을 짓누르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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