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등산객 4명 한밤 구조작전…1명 끝내 숨져
19일 밤 영하 25도의 혹한과 초속 20m의 강풍이 몰아치는 소백산 정상 능선에서 필사의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저녁 8시30분께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해발 1100m 지점에서 산행에 나섰던 최옥순(34·여·회사원·경기도 시흥시)씨 등 등산객 4명이 조난됐다가, 최씨가 숨지고 강병윤(25·회사원·경기도 시흥시)씨 등 3명은 8시간 동안의 사투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
영주소방서 상황실에 강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휴대전화를 타고 전해진 것은 이날 저녁 8시25분께였다. “4명이 정상인 비로봉(해발 1439.5m)을 400m 앞두고 조난당했다”는 애타는 목소리였다.
상황실 근무자는 영주소방서와 풍기 소방파출소에 비상을 걸어 10명이 구조장비를 챙겨 출동했다. 이어 비상소집된 구조대원과 경찰 등 40여명이 조난 현장으로 잇따라 출발했다. 조난지까지는 평소 3시간이 걸리지만 20㎝로 두껍게 쌓인 눈길과 칠흑 같은 어둠은 접근을 방해했다. 악전고투 끝에 조난자를 발견한 시각은 밤 11시40분께. 철쭉 군락지로 피신한 강씨 등 4명은 침낭 속에서 거의 몸이 언 상태로 누워 있었다. “잠들면 죽는다.” 소백산국립공원 북부관리사무소 이상철(36) 보전계장의 외침이 이어졌다. 4명은 20일 새벽 4시20분께 하산해 영주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최씨는 저체온증 등으로 탈진해 이송 중 숨졌다.
최씨 등은 인터넷 동호회 회원으로 19일 낮 12시께 영주시 초암사 쪽에서 출발해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가다 조난당했다. 영주/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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