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타이완 ‘공동행동’ 결성…강제징병자 합사취소에도 힘 모으기로
일본의 1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등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참배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일본·타이완(대만)의 시민단체들이 국제 연대단체를 결성한다.
이 단체의 한국위원회 준비위원장인 이해학 목사는 17일 “세 나라 시민단체들이 1급 전범들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극우화의 사상적 기반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저지와 한국·대만 출신 강제 징병자 4만9천여명의 야스쿠니 합사 취소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스쿠니반대 공동행동’(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될 이 국제 연대단체의 한국위원회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대만위원회는 일제 때 항일운동을 벌였던 대만 원주민 후손들의 모임인 ‘고사의용대’가, 일본위원회는 ‘평화의 촛불을! 어둠의 야스쿠니로 촛불행동’이 맡는다. 한국위원회는 오는 23일 서울 남산 식물원 분수대 앞에서 결성대회를 열며, 일본·대만위원회도 같은 날 각각 도쿄와 타이베이에서 결성대회를 연다.
한국위원회 준비 실무를 맡고 있는 김은식 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은 “일본이 과거 청산이나 진정한 사과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움직임이고 그 중심에 야스쿠니 신사가 있다”며 “국제 연대를 통해 이런 움직임을 막고, 1급 전범들과 전쟁동원 피해자의 합사가 계속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첫번째 연대활동으로 오는 25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리는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하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 원고 대표로 참가한다. 이 목사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소송에서 일본 법원은 법원이 판단하거나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8월에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오는 7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뿐만 아니라 미국·오스트레일리아·독일도 참가하는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서울에서 연다. 또 8월13~16일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 일본 시민들에게 직접 야스쿠니 신사의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다.
한국위원회는 이 행사의 한국 쪽 참가 인원을 1천명 이상 모집한다는 목표로 국내 학계·종교계·예술계 등은 물론 현지 민단·총련 쪽과도 협의중이다. 내년 4월엔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제소할 계획이다.
국제 연대단체 결성 움직임은 지난해 9월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오사카고등재판소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총리의 공적인 활동인 동시에 종교적 의의가 깊은 행위”라며 “이는 국가 기관의 종교적 활동을 금지한 일본 헌법 제20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가 다섯번째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고, 이것이 세 나라 시민단체들에 공동 대응의 불을 댕겼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