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습격 사건 피의자 지아무개씨의 장광설과 진술 거부 사이에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승구 서울 서부지검장)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사본부 김정기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조서를 한 장도 못 받았다”고 운을 뗐다. 수사팀이 조사를 위해 기분 맞춰주는 이야기를 하면 지씨가 엉뚱하게도 자신이 198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8년4개월 동안 옥살이한 억울한 사정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 과정에 대한 녹화·녹음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합수부는 밝혔다.
반면 수사 관계자들이 지씨의 말을 들어준 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지씨는 곧바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합수부는 전했다.
합수부는 지씨가 주장하는 억울한 사정이 무엇인지, 사실인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기 차장은 “지씨의 전과 기록이나 판결문, 탄원서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일맥상통하면서 계속돼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씨가 주장하는 ‘억울한 사정’을 확인해 보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씨가 억울한 사정의 시작으로 말하는 80년대 중반 사건의 재판 기록은 문서 보존 기한이 지나, 국립문서보관소의 판결문 마이크로필름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문서보관소는 정부대전청사에 있다.
합수부는 또 최근까지 지씨와 함께 지냈거나 자주 만난 친구·지인들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합수부는 현재 이들을 소환하거나 방문 조사하기 위해 접촉중이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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