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살사 시작한 백영애씨
“살사는 평등한 춤입니다. 여자도 춤을 신청할 수 있지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격의없이 어울릴 수 있어 좋아요.”
곧은 등허리, 가벼운 발걸음.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백영애(54·교사·왼쪽)씨는 살사 댄서다. 생애 가장 큰 무대를 앞두고 그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6월2일 홍익대 체육관에서 열리는 안티성폭력 페스티벌 ‘성(性)벽을 넘어서’ 무대에 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 여성힙합듀오 ‘챕터투’에서 활동하는 딸 효인(오른쪽)이 행사에 참가하면서 엄마를 부추겼다. 덕분에 딸은 노래로, 엄마는 춤으로 한 무대에 서게 됐다.
백씨에게 이 무대는 낯선 경험이다. 이번에 춤을 출 남자 ‘파트너’는 무려 6명. 모두 20~30대다. “50대 여성의 로망을 한꺼번에 펼쳐 보이겠어요. 하하.”
백씨가 라틴 댄스의 일종인 살사를 배운 지는 반년 남짓. 섹시한 몸매를 한껏 드러내면서 젊음과 미모를 과시하는 청춘의 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50살이 넘은 나이에 살사댄스에 도전했다. 그 같은 이들이 많지 않은 탓일까, 우여곡절은 당연지사. ‘나이 차별’ 때문에 살사 동호회에 가입하려다 문전박대당한 것도 여러번이다. 여러 동호회를 전전하다 지금 살사를 배우는 동호회에 둥지 틀기까지 오기가 춤실력을 키웠다. 집안에 큰 거울을 갖다놓고 끊임없이 스텝을 밟았다.
“불과 4년 전만해도 99사이즈를 입었어요. 15㎏은 너끈히 줄였어요. 지금은 66사이즈죠. 건강이 나빠 운동을 시작하면서 점점 춤을 알게 됐죠.”
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갱년기’란 단어는 날려보낸 지 오래. 백씨는 “살사를 추면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고, 춤춘다는 사실이 나를 해방시켰다”고 했다.
그는 딸과 함께 쿠바에 가는 꿈을 꾼다. 저녁노을 지는 거리에서 춤추며 음악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소통의 자리…. 그런 사람 냄새가 그립기 때문이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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