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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색안경 낀’ 경찰·소방공무원 채용

등록 2005-02-22 17:39


색맹아닌 색약까지 취업제한
인권위 “업무수행 무관한 차별”

경찰·소방직 등 국가공무원 채용 때 색각이상자(색맹·색약)에 대한 취업 제한이 지나쳐, 채용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도)는 22일 한림대에 의뢰해 지난해 10~12월 국가기관·운수업체·일반기업·교육기관 등 모두 81곳을 조사한 ‘색각이상자의 고용 등에 대한 차별 연구’라는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색맹은 특정한 색깔을 식별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색약은 색맹의 정도가 약한 상태로 비슷한 색깔의 구별이 곤란한 것을 말한다. 한국은 남성의 5%(121만명)와 여성의 0.45%(10만명)가 색각이상자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색각이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경찰과 소방공무원을 꼽았다.

경찰은 색맹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해 오다 1999년부터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조건표에서 “색맹(색약을 포함한다)이 아니어야 한다”고 규정하며 색약까지 취업을 제한했다. 보고서는 “99년 이전에 채용된 색각이상자가 사고 등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 지 조사했으나 경찰청은 관련된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며 “규정의 강화가 뚜렷한 근거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채용 관련 민원의 3분의1이 색각이상 관련 민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방공무원도 올해부터는 소방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을 바꿔 색약까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색각이상자 취업 차별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김철홍 변호사는 “색약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색약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은 정도가 심하지 않은 색각이상자를 경찰로 뽑고 있고, 영국도 ‘완전 색맹’만 경찰로 채용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여전히 강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관습적으로 색각이상자의 취업을 제한하기 때문”이라며 “취업 때 ‘색맹·색약이 아니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모든 색각이상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팀이 색각이상자 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색각이상이 진로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답한 사람이 17명(51.5%), ‘색각이상으로 취업 때 제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7명(21.2%), ‘입학 때 제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6명(18.2%)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교통 신호등의 삼색등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27명이었고, ‘약간 불편할 때가 있다’는 사람은 6명에 그쳤다.

인권위는 “색각이상자의 업무 수행능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가 의학적·현실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편견에 따른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구성, 체계적 연구를 통한 취업제한 규정의 정비, 검사방법의 다양화를 통한 업무수행능력 평가, 취업제한이 필요한 색각이상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색각이상자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는 곳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를 할 것”이라며 “색각이상자 취업 차별과 관련한 규정 등을 개정하라고 국가기관들에 권고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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