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대보름 윷판벌인 ‘청송감호소’
“모다 모!” “윷이다!”
정월대보름인 23일 오후 1시 경북 청송군 청송보호감호소(소장 장동원) 강당에서 난데없는 윷판이 벌어졌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청송감호소가 감호자들의 건강한 수용생활을 기원하는 뜻에서 전체 감호자 263명 중 100여명과 직원, 교정 참여 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월대보름맞이 민속놀이 행사를 연 것이다.
제기차기와 윷놀이 두 종목으로 펼쳐진 이 행사에서는 작업장별 대표로 선발된 제기차기 17명, 윷놀이 36명이 예선과 본선을 치르는 등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날 점심으로는 특식인 닭백숙이 나왔고, 1위팀은 라면 한상자, 2위팀은 초코파이 4통을 상품으로 받았다.
자동차정비·인테리어·목공·컴퓨터 등 직업 훈련장에서 일손을 잠시 놓고 민속놀이를 하던 베이지색 감호복 차림의 수용자들은 이날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세찬 바람과 추운 날씨를 녹였다. 제기차기 참가자가 어색한 몸동작으로 실수를 할 때는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지난 1월 수용자 200여명이 사회보호법 폐지를 주장하며 단식할 때의 긴장감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윷놀이는 2명이 한조가 된 위생장갑팀이 1등, 영선(수리)팀이 2위를 차지했다. 개인 경기로 치른 제기차기는 취사장 소속인 백아무개(41)씨가 결승에서 176개를 기록해 135개를 찬 구내청소팀의 김아무개(48)씨를 제치고 우승해 기염을 토했다.
제기차기 176회로 1등 행사를 지켜보던 수용자 이아무개(44)씨는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하니 콘크리트 담장 안에서 모처럼 고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하루바삐 밖으로 나가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2년 4월 치과·성형외과·의상실 등 29건의 연쇄강도사건을 저지른 뒤 자수해 징역 10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13년째 형을 살고 있다. 자수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아내와는 이혼했고, 막내아들의 얼굴을 봐야 눈을 감을 수 있겠다던 아버지는 끝내 아들을 못 만난 채 지난해 눈을 감았다. 얼마 전 2년제 신학교를 통신과정으로 마친 이씨는 “형을 마치더라도 저지른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로 복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수용자들은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호법 폐지와 보호관찰 강화 대체입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서 현재 감호처분을 받고 있는 감호자들에 대해 예외로 경과규정을 두어 순차적으로 풀어주자는 의견을 두고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강도상해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3년3개월째 감호소 생활을 하고 있는 ㄱ씨는 최근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단식에 참여했다. ㄱ씨는 “형을 마치고도 이중처벌을 받게 한 사회보호법은 흘러간 시대의 악법”이라며 “한 시각이 삼년 같은데, 경과기간을 몇 년씩 둔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갈 수만 있다면 보호관찰을 위한 유전자 채취에도 적극 응하겠다”며 “이혼한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키우고 있는 8살 아들에게 돌아가 떳떳한 아버지로서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송/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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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차기 176회로 1등 행사를 지켜보던 수용자 이아무개(44)씨는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하니 콘크리트 담장 안에서 모처럼 고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하루바삐 밖으로 나가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2년 4월 치과·성형외과·의상실 등 29건의 연쇄강도사건을 저지른 뒤 자수해 징역 10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13년째 형을 살고 있다. 자수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아내와는 이혼했고, 막내아들의 얼굴을 봐야 눈을 감을 수 있겠다던 아버지는 끝내 아들을 못 만난 채 지난해 눈을 감았다. 얼마 전 2년제 신학교를 통신과정으로 마친 이씨는 “형을 마치더라도 저지른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로 복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수용자들은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호법 폐지와 보호관찰 강화 대체입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서 현재 감호처분을 받고 있는 감호자들에 대해 예외로 경과규정을 두어 순차적으로 풀어주자는 의견을 두고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강도상해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3년3개월째 감호소 생활을 하고 있는 ㄱ씨는 최근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단식에 참여했다. ㄱ씨는 “형을 마치고도 이중처벌을 받게 한 사회보호법은 흘러간 시대의 악법”이라며 “한 시각이 삼년 같은데, 경과기간을 몇 년씩 둔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갈 수만 있다면 보호관찰을 위한 유전자 채취에도 적극 응하겠다”며 “이혼한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키우고 있는 8살 아들에게 돌아가 떳떳한 아버지로서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송/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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