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방송사 ‘올인’에 반발…안티 월드컵 카페 생겨나
대학 시간강사 김병수(35)씨는 ‘월드컵에 미친 6월’이 마뜩잖다.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다른나라’와 대항하는 데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줄맞춰 응원을 해야 할 만큼 상업화된 월드컵이 싫어졌다”며 아예 월드컵 중계를 외면하고 있다.
218만명이 거리로 나와 한국팀을 응원하고, 지상파 방송 3사의 한국-토고 경기 시청률 합계가 70%를 넘어도, 김씨처럼 “월드컵을 보지 않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거대 자본과 방송이 달려들어 ‘상업적 월드컵 보기’와 민족주의를 강요하는 행태가 싫다는 게 그 이유다. 회사원 박아무개(31)씨는 “채널을 선택할 권리는 없고 해설자를 선택할 권리만 있다”며 방송의 지나친 월드컵 편성을 비꼬았다.
‘월드컵 올인’ 분위기에 반발해 ‘안티 월드컵’ 인터넷 카페까지 생겨났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지난달 중순 개설된 이 카페에는 190명이 가입했다. 한 회원(‘lullu’)은 “월드컵에 관심 없다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따돌림을 당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싫다”며 “축구를 싫어할 자유는, 축구를 좋아할 자유와 동등하다”고 썼다. 또 어떤 이는 “온나라가 열병이 든 것 같은 모습은 전체주의를 떠올리게 한다”고 쓰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프랑스 경기가 열리는 19일 새벽,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월드컵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스포츠사회학)는 “거리응원 장소마저도 스폰서 기업별로 나뉘어 있을 정도”라며 “기업·방송사들이 이윤과 광고 수익을 노리고 월드컵에 올인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조혜정 이재명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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