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
경찰선 “1년이상 불법 겸직”
뒤늦게 “3개월 근무” 판결
경찰선 “1년이상 불법 겸직”
뒤늦게 “3개월 근무” 판결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ㅅ대 공대생 김아무개(25)씨는 제대한 지 8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병무청으로부터 날벼락같은 통보를 받았다. 병역법을 어겼다며 산업기능요원 편입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통지서를 받아든 김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신체검사 당시 현역입영대상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꼼짝없이 다시 군대에 가야할 판이었다.
김씨는 3학년을 마치고 정보처리 산업기사 자격증을 딴 뒤 2002년 1월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ㄹ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 회사 대표이사 주아무개씨는 인터넷 도박업체인 ㅋ사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고, 김씨는 2003년 2월 주씨의 지시로 두달 동안 ㅋ사의 도박사이트 홈페이지 작업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 4월 주씨가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수사망에 걸리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주씨가 김씨와 같은 산업기능요원들에게 ㅋ사 일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김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됐다. 경찰 조사를 처음 받는 김씨는 경황이 없었다. 김씨는 ‘2003년 2월부터 경찰진술 시점인 2004년 4월까지 ㅋ사 업무를 했다’는 진술조서에 덜컥 지장을 찍고 말았다. 산업기능요원은 지정업체 이외의 분야에서 1년 이상 겸직을 하면 병역법 위반으로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없는데도, 김씨는 당황해서 이를 알아볼 틈이 없었다.
김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불복할 생각도 못한 채 벌금까지 냈다. 병무청은 김씨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편입취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고 탄원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상준)는 26일 김씨가 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가 ㅋ사에서 일한 기간은 모두 합쳐 3개월미만이므로, 시정이 아닌 편입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형사사건에서 경찰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마당에 이를 근거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병무청은 ‘김씨가 벌금을 낸 것은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약식명령 선고만으로만 사실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변호사는 “병무청이 ‘병역은 신성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병역을 징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병무청이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같은해 6월까지 13명의 산업기능요원이 김씨와 같은 사유로 편입취소 처분을 받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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