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사랑이 아버지 살렸다
말기 간경화 증세로 생명이 꺼져가는 60대 가장을 살리기 위해 부인과 아들이 자신들의 간을 함께 이식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육군 53사단 울산연대는 지난 25일 울산시 농소3동 예비군 중대본부 행정병 박기완(26·가운데) 상병이 어머니 이승분(53·오른쪽)씨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서 30여 시간 동안 아버지 박옥석(64)씨한테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수술은 조직 적합 검사에서 박 상병의 왼쪽 간이 모자라 무산될 뻔했으나 어머니 이씨가 아들에 이어 자신의 간 일부를 제공해 이뤄졌다.
보통 사람의 간은 오른쪽이 왼쪽보다 약간 크지만 박 상병은 오른쪽이 너무 컸다. 의료진은 오른쪽 간을 떼어내면 그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판단해 왼쪽 간을 떼어내기로 했지만 이식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그러자 이번엔 박 상병의 어머니와 여동생(21)이 수술을 하겠다고 서로 나섰고, 이씨는 딸을 설득해 아들과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박옥석씨는 특별한 합병증이 없으면 한달쯤 뒤에, 박 상병과 어머니는 보름 뒤에 각각 퇴원할 예정이다.
이들의 가족사랑 사연을 전해들은 울산연대 장병들은 1억5천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겠다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혁성(45) 농소3동 예비군 중대장은 “박 상병은 자신도 허리가 좋지 않은데 모든 업무에 적극적인 성실한 병사”라며 “가족과 장병들의 사랑으로 이들이 모두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