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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돌아온 왕조실록’놓고 “우리가 소장해야” 줄다리기

등록 2006-07-14 19:44수정 2006-07-15 00:32

한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소장·관리처에 대한 논란이 법정 소송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환수위)의 공동의장인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실록의 소장·관리처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65년 한일협정으로 인해 국가기관은 이미 일본에 대한 문화재 반환요구권이 소멸된 상태다”며 “유일하게 실록의 환수와 보관을 주장할 수 있는 곳은 실록의 최종 보관처였던 월정사”라고 주장했다. 취재결과 환수위는 소송을 대비하여 이미 소장까지 작성한 것이 확인됐다.

환수위 간사 혜문 스님은 “(서울대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 위해 소장을 작성한 상태이며 언제 소를 제기할지 시기를 조율중이다”고 말했다. 스님은 “혹 소송을 제기하는 모양새가 국민들에게 불교계의 이권챙기기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월정사에서 실록의 소장을 포기하고 제3의 기관에 소장권을 넘기는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이번 소송은 실록에 대한 탐심에서 나온것이 아니라 최근 서울대 총장의 친일파 후손 논란처럼 역사인식이 결여된 서울대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차원의 소송이다”고 말했다.

실록은 지난 7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규장각에 보관중이다. 실록은 6월27일 열린 서울대, 환수위, 문화재청의 3자 협상에서 “소유는 국가가 하고 당분간 보관은 서울대 규장각, 최종 소장·관리처는 문화재청에서 지정한다”고 협의가 끝난 상태다.


각 기관들 “실록 우리가 보관하는게 맞다”

월정사와 서울대와의 실록보관처 논쟁 이외에 독립기념관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새롭게 “실록의 소장처는 우리다”고 주장해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오후 3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실에서 조선왕조실록 반환 이후의 처리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자 회의가 열렸다.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실록되찾기 의원모임 대표)의 주재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철안 스님(조선왕조실록환수위 공동의장), 김삼웅 독립기념관장(환수위 환수위원), 소재구(국립고궁박물관장) 등은 22일 열리게 될 ‘ 조선왕조실록 환국 고유제’와 ‘ 소장처의 지정’ 문제를 놓고 토론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 모두는 “실록의 소장처로 서울대 규장각은 안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약탈자가 소장처를 지정하는 것은 모순이며, 실록반환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되는 점 등이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소장처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달랐다. 각 기관은 모두 소장하겠다고 나섰다.

김상웅 독립기념관장은 “일본이 약탈해간 문화재를 일본이 지정하는 것은 국가적 모욕”이라며 “실록은 문화재만의 의미를 떠나서 문화 독립의 상징이므로 독립기념관에 오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오대산 사고본이 원래부터 규장각에 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실록은 왕실문화재이므로 고궁박물관에 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월정사의 정념 스님은 “이미 월정사는 많은 국보를 소장하고 있고 자체 박물관과 원래 실록의 보관처인 오대산 사고도 복원해 놓았다”며 “문화재는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와야 하는것이 옳다”고 말했다.

역시 환수위의 공동의장인 철안스님(봉선사 주지)은 “기관끼리 싸우는 모습으로 비춰져서 부끄럽다”며 “하지만 잘린 손가락을 찾으면 원래 자리에 붙여야 하듯이 실록도 같은 논리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국민들이 모두 볼 수 있게 당분간 순회 전시를 한 후 국가에서 월정사에 제대로 된 보관처를 신축해주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느긋, 문화재청 “소장처 10월안에 결정”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느긋한 입장이다. 14일 실록이 첫 공개되면서 일단 실록보관처 싸움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는 이날 오전 규장각 지하 1층 강당에서 ‘조선왕조실록 인도ㆍ인수식’을 갖고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공개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축사에서 “오늘은 서울대와 도쿄대의 합의로 선조들이 남긴 뛰어난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우리나라에 반환된 뜻깊은 날”이라며 “서울대는 조선왕조실록의 보존과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으며 정리와 기초조사 등의 절차가 끝나면 전시회도 개최하겠다”고 사실상 서울대가 보관처임을 못박았다. 이태수 서울대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 위원장은 “원래부터 실록은 규장각이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규장각으로 오는 것이 맞다”며 “문화재청에 서울대의 뜻을 이미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실록 향방의 ‘칼자루’를 쥔 문화재청은 일단 돌아온 실록에 대한 국보지정과 환영행사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7월 14일에 관계전문가에 의한 지정조사를 실시하고, 19일에는 문화재위원회(국보지정분과)를 열어 국보 지정에 관한 문제를 심의하게 될 예정이다. 22일에는 실록이 원래 보관되어 있던 오대산사고(강원 평창군)와 인근 월정사에서 문화재청과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가 공동으로 ‘조선왕조실록 환국 고유제 및 국민환영행사’를 연다. 7월 26일부터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실록 환수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통하여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실록 소장처, 관리자 등의 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사항은 문화재위원회의 검토와 심의, 관계기관의 의견, 과학적인 보존과 활용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히 결정하게 된다. 문화재청의 연웅 동산문화재과 과장은 “실록의 보관처는 보관환경과 관리능력등 여러가지 요건들은 감안해서, 문화재 위원과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며 “늦어도 10월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어느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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