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이 올린 강릉 한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글이 일파만파 파문을 낳고 있다.
‘폭우로 인한 숙박 바가지요금’ 고발에 누리꾼 ‘발끈’
“휴가철에 다시는 강원도에 가지 않겠다” 장마철 폭우로 인해 평창·인제·정선·진부 등 도내 관광지역 상당부분이 쑥대밭이 된 강원도가 또다른 ‘재난’을 당했다. 이번엔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 폭우로 인한 예기치 않은 숙박에 대한 ‘바가지요금 논란’ 때문이다. 피서철 바가지요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누리꾼들은 바가지요금을 척결하자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논란은 지난 20일 누리꾼 ‘하늘동감’이 토론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 ‘지난주 강릉 다녀오고 성질나서 한마디’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하늘동감’은 글에서 “15일 속초에서 휴가를 보내고 서울로 상경하던 도중 폭우 때문에 길이 막혀 강릉에 숙박을 하게 되었는데 역 근처 모텔은 방 하나에 12만원을 요구하였고 그나마 구한 민박집은 에어컨도 없고 회전도 안 되는 벽걸이 선풍기 한 대만 있었는데 숙박료를 10만원이나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늘동감’은 “아침식사를 하면서 또 한번 기절할 뻔했다”며 “아침식사를 하러간 식당에는 무조건 5만원짜리 매운탕을 시켜먹으라고 강요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먹고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다시는 강원도 안 간다. 관광특구, 동계올림픽, 순박한 곳 모두 내가 겪었던 일과 거리가 멀다”고 끝을 맺었다. 25일 현재 이 글은 17만여 건의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휴가철 바가지요금에 시달렸던 ‘성난 민심’이 터진 셈이다. 누리꾼들은 수백개의 댓글을 통해 “바가지 요금 너무 심하다. 휴가철에 강원도에 안가겠다”며 발끈했다. 누리꾼 ‘정하나’는 “아휴, 콘도 비용이네...바가지 장사꾼들”이라며 빗나간 상혼을 질책했고, 누리꾼 ‘니OO’은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적정선이라는 게 있는데 수요가 많으면 100만원이라도 받을 거냐” 며 “전에도 수해 나서 강원도로 휴가를 오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해놓고 가면 바가지 씌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누리꾼 ‘늘푸른’은 “강릉 안가기 운동 펼쳐졌습니다. 관광 갈 데가 강릉밖에 없습니까?”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강릉시 “한 숙박업소의 사례가 와전돼…다른 곳 찾아봤으면 됐을텐데” 관리책임을 맡은 강릉시쪽은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당혹한 표정이다. 이미 강릉시청 ‘관광불편신고센터’에는 바가지요금을 성토하는 민원글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강릉시청 관광개발과 윤중기 과장은 “일이 커져서 당혹스럽다”며 “인터넷상에 글을 올린 분이 한 업소와 가격마찰로 약간의 다툼이 있었는데 마치 강릉시 전체 숙박업소가 그런 것처럼 일이 커졌다. 관련 숙박업소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당시 강릉시는 폭우로 인해 모든 숙박과 식당 예약이 모두 취소되어 횟집에서 멀쩡한 회를 버리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글을 올렸던 분이 좀더 찾아봤으면 평상시 가격으로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과장은 휴가철의 바가지 숙박요금에 대한 방지책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요금이 완전 자율제이고, 공급과 수요원칙에 의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윤과장은 덧붙여 “강원도의 수해가 있었지만 동해안은 거의 피해가 없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며 “강원도를 꼭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시쪽의 해명과 함께 누리세상에는 강원도 현지주민들의 해명도 잇따르고 있다. “강릉시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25세 남자”라고 밝힌 누리꾼 ‘내가누구게’는 “바가지가 솔직히 있지만 그런 식으로 장사하면 강릉내에서도 외면당한다”며 “강릉토박이들은 양심없는 장사 안한다. 외지인들이 강릉 와서 장사하면서 그렇게 된 거다”고 주장했다. “강릉 경포에 사는 주민”이라고 밝힌 누리꾼 ‘별이빛나는새벽’은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그리고 산불 등으로 인해 이곳의 인심은 엄청나게 황폐해졌다”며 “경포에서 여름장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사람이 아니다. 여름 한철 세를 얻어 3~4배의 폭리를 취하는 외부 악덕업주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강릉시 경포대의 토지대장이나 지적도, 등기부등본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강릉시 윤중기 과장은 “예전에는 외지인에게 여름한철 장사를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현지인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강릉시청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올라온 항의 글.
문화관광부·관광공사 “마땅한 대책없어…피해땐 신고해주길” 2004년 경기도 유명산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조혜진(26)씨는 “숙소 근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표시정가의 두 배 이상을 받았고, 식당들도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음식을 팔았다”며 “그 후로 휴가철에 어디 가느니 집에서 조용히 쉰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때마다 피서지를 찾는다는 직장인 장경선(28)씨는 “휴가철 바가지요금이 이제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화도 안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릉의 사례뿐만이 아니라 휴가철 바가지요금은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있다. 즐거운 여름휴가를 망치는 가장 큰 ‘주범’이기도 하다. 2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해양수산부에 보고한 〈해수욕장 유형별 관리·평가 모델 개발연구〉보고서를 보면 2005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이용객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개선사항으로 ‘바가지 요금’이 28.3%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행하는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를 보면 2005년도 관광불편신고 접수건수는 762건으로 2003년부터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이중 휴가철인 7·8월의 신고율이 32%에 이른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서비스팀의 우병희팀장은 “불편신고 가운데 바가지요금도 분명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며 “바가지요금의 경우 해당업소와 피서객 양자 사이에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가철 바가지요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책 차원에서의 근절대책은 세워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관광부 관광정책팀 최진 사무관은 “문광부가 휴가지 시장가격까지 규제할 권한은 없다”며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국내 관광지를 소개하고 업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꾸준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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