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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상등 켜진 도박 공화국] 오락실 옆 조폭 이권 따라 혈투

등록 2006-07-25 18:39수정 2006-07-26 09:06

지난 1월20일 오전 7시 부산 금정구 청룡동의 장례식장에 손도끼, 회칼, 야구방망이 등을 손에 든 사내 5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곧바로 한 빈소를 지키던 조아무개(27)씨 등 4명을 집단 폭행하고 영정과 기물 등을 30여분 동안 닥치는 대로 부순 뒤 달아났다.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다른 빈소의 조문객 200여명은 공포에 질려 대피했다.

수사 결과 이 사건은 부산 최대 조폭인 칠성파를 노린 신20세기파가 유태파, 영도파와 연합해 벌인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세 조직의 조직원과 추종세력 52명이 구속됐다. 이 사건을 지휘한 부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의 한 검사는 “칠성파가 2005년께부터 성인오락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 사업의 엄청난 이권을 둘러싼 조폭들 사이의 갈등이 폭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조폭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성인오락실 사업에 눈을 뜬 것은 신20세기파였다. 지난 2003년 <한겨레>의 ‘부산 성인오락실 검·경 상납비리 사건’ 보도와 뒤이은 검·경의 강도높은 수사로 신20세기파는 두목 ㅇ아무개(56)씨 등이 구속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73곳의 오락실이 폐업하고 246곳이 휴업했다.

이런 힘의 공백이 생기자, 그 때까지만 해도 성인오락실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칠성파가 본격적으로 성인오락실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 상품권업체 간부는 “신20세기파가 위축된 사이 칠성파가 진출하면서 부산 오락실의 판도가 변했다”며 “남포동과 서면 등 대표적인 오락실 밀집지역뿐 아니라 시 외곽지역이나 인접한 위성도시 등 경남 일대까지 칠성파가 진출했다”고 말했다.

칠성파, 신20세기파, 서면파 등 주요 조폭들은 물론 유태파·영도파 등 군소 조폭들까지 일제히 돈줄을 성인오락실로 돌리면서 오락실 운영과 상품권 환전 등 이권을 빼앗고 지키기 위한 피튀기는 ‘조폭 전쟁’도 불가피했다. ‘장례식장 난동’도 그 중의 하나다. 앞서 지난해 8월엔 신흥 유흥가인 사하구 하단오거리에서 반칠성파인 하단연합파 조직원들이 ‘상품권 환전 이권’을 놓고 칠성파 추종 폭력배 오아무개(22)씨의 귀를 자르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조폭이나 오락실·상품권 업계의 사정 상 검·경이나 언론에 드러난 이들 사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부산 조폭들의 이런 ‘성인오락실 점령’ 과정에는, 유명 성인오락기 제조업체인 ㅇ사의 구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ㅇ사는 대당 400만~500만원씩 파는 오락기를 조폭들한테는 제작원가인 200만원 대에 팔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조폭들의 성인오락실에는 ㅇ사의 제품이 대거 유입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조폭들이 싼 값에 산 오락기로 직접 오락실을 운영하며 떼돈을 벌기도 하고, 일반 오락실 업주들한테 되팔아 차익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정중택)는 지난 11일 이 업체의 부산 본사와 공장, 이 업체의 기계로 영업해온 남포동과 서면 등지의 ㅋ·ㄹ·ㄷ오락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오락실은 신20세기파와 서면파가 운영하는 곳들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ㅇ사와 조폭들이 승률을 조작할 수 있는 오락기를 원가 수준의 헐값으로 주고받아왔다는 의혹을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 쪽은 검찰 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4일 이 업체의 판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품구입을 문의해봤더니 “(검·경이 단속·수사를 해도) 기계는 여전히 유통되고 오락실들은 영업 잘 하고 있지 않으냐”며 “8월 초까지 (검찰이 압수한 기종과 같은) 오락기 60대를 보내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한겨레> 특별취재반 socie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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