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베트남인 정치범 인정…“불인도 원칙 적용”
우리 법원이 외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대해 정치범인 점을 이유로 처음으로 송환을 거부했다.
베트남인 우엔 후 창(57)은 지난 1982년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자유베트남 혁명정부’를 세운 뒤 스스로 내각총리가 됐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우엔은 호치민시 시민들이 노동절 기념행사를 벌일 때 폭탄 테러 공격을 하도록 지시하는 등 1999년 3월부터 2001년 6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베트남 국내외에서 테러를 지시했다. 그러나 조직원이 사전에 붙잡히고 폭탄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공격은 모두 미수로 끝났다.
우엔은 올 4월 한국에 들어왔다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은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검찰에 붙잡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구욱서)는 27일 우엔과 관련해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검찰이 낸 인도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고등법원 결정에는 항고할 수 없으므로 우엔은 이날 석방돼 출국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자유베트남 혁명정부는 공산정권을 타도하고 시장경제와 자유선거 수립을 목적으로 한 정치기구로, 우엔에게 범죄인인도의 정치범 불인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과 베트남은 9·11테러 뒤 테러 예방을 위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서명했지만, 이 결의는 테러 방지에 관한 국제적 공조를 요구하는 것일 뿐 구체적인 범죄인 인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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