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에 지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건설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복수기(냉각기)에 부품으로 특정 제품의 사용을 고집하자, 설계를 맡은 한전기술㈜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문’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의 취재 결과, 2001년 12월12일 원전 복수기 설계사인 한전기술은 ‘신고리 1, 2호기 열폐기 계통(복수기·열교환기 등) 최적화 분석 보고서’를 한수원에 보내는 공문을 만들면서 ‘분석 방식’을 사실과 다르게 적시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공문(사진)을 보면, 당시 한전기술의 담당 부서장인 ㅈ 부장은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ㅂ 과장에게 “복수기 튜브의 경우 한수원과의 협의에 따라 튜브 상단 30%는 슈퍼스테인리스스틸, 복수기 튜브 하단 70%는 티타늄을 적용해 분석했다”는 내용을 ㅂ 과장이 만든 공문에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실제 ‘최적화 분석’은 신고리 1·2호기는 모두 복수기 튜브 하단의 70%를 구성하는 티타늄을 100%로 가정해 한 것으로 확인됐고, ‘최적화 분석 보고서’에도 이런 사실이 적시돼 있다.
보고서의 작성자인 ㅂ 과장은 당시 상급자인 ㅈ 부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문에 담을 것을 요구하자, 애초 공문에 공문검토 회의에 참석한 ㅈ 부장과 ㅇ·ㄱ 부장, ㄱ 차장, 자신의 이름, 그리고 추가된 내용을 넣은 이유를 적어 기록으로 남겼다. 이에 대해 공문을 공개한 인사는 “당시 ㅂ 과장은 ㅈ 부장의 요구를 거부하다 더 버틸 수 없자, 요구대로 공문을 수정한 뒤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이뤄졌음을 분명히 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ㅂ 과장은 “개인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한전기술 쪽은 “추가한 내용은 보고서의 중요 내용을 표지에 명시한 것으로 공문서 초안의 수정은 정상적인 업무 과정”이라며 “하단부의 내용은 담당자가 사적으로 기록한 내용으로 ㅂ 과장에 대한 부당한 압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한전기술은 한수원의 특정 제품 사용 요구로 신고리 원전 복수기 제작 과정에 문제점이 예견되자, 그에 따른 책임을 제작자에게 떠넘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02년 8월2일 작성된 한전기술의 한 내부 문서를 보면 “슈퍼스테인리스와 티타늄 튜브를 동시에 적용하면 밀봉 및 구조적 건전성 입증·검증 책임을 입찰자(제작사)가 부담하도록 해야 하며, 한전기술의 이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안의 제시는 불가함”이라고 적혀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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