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감식업무 7년, 폐암투병중인 이 아무개 경사

등록 2006-08-02 11:09

저녁때 가래 뱉으면 시커먼 가루가…
“폐암 선고를 받던 날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먹먹했지요.”

7년 동안 대구의 한 경찰서에서 감식 업무를 맡아온 이아무개(54·사진) 경사는 지난달 27일 폐암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다. 이 경사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달 중순이었다. 아침운동을 마친 뒤 갑자기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왔다. 병원에 가 진단을 받아보니 폐암이었다. 평소 산악자전거와 승마 등의 운동으로 다져온 건강 체질이어서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담배도 사흘에 한갑 정도 피웠고, 술도 그리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다.

이 경사는 자신의 암이 감식 업무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감식 작업을 하다 보면 흑색 분말 등 가루가 많이 날려 광산에서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저녁때 가래를 뱉으면 시커먼 가루가 묻어나온다”고 말했다. 또 “지문 확인을 위해 가성소다와 본드 등을 사용해 가스요법을 쓸 때 생기는 가스를 맡으면 기침과 함께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며 “공장에는 환풍장치라도 있지만 감식 현장에서는 가스를 고스란히 맡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지하 화재 현장에 10여일이나 머물며 감식 작업을 해야 했다. 이 경사는 “소방관들은 자주 접하는 일이어서 산소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일했지만 감식 요원들은 방독면 사용이 익숙지 않아 숨쉬기가 곤란하자 대부분 방독면을 벗은 채 일했다”고 말했다. 다른 화재 현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경사는 경찰에 입문한 뒤 20여년 동안 일선에서 형사로 일하다 나이가 들어 덜 힘든 일을 해보려는 생각에 7년 전 감식반으로 옮겼다. 그는 “과거에는 주요 사건에만 감식을 나갔는데, 내가 자리를 옮길 즈음부터 과학수사가 강조되며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결과가 이렇게 되니 당시의 선택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본청이 감식반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세밀히 조사해 사용 화학약품들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안전장비들을 충분히 갖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비 때문에 공상 신청을 추진 중이지만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