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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설악산 국립공원’ 수해복구할까 자연에 맡길까

등록 2006-08-03 19:07수정 2006-08-04 08:01

<b>수해전 주전골</b> 수해가 발생하기 전 설악산 국립공원 주전골을 찾은 탐방객들이 계곡 아래 쪽으로 나 있는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수해전 주전골 수해가 발생하기 전 설악산 국립공원 주전골을 찾은 탐방객들이 계곡 아래 쪽으로 나 있는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호우로 등산로 16km 유실…공단 “조사 뒤 복원공사”
일부 환경단체 “복구 대신 폐쇄해 자연에 돌려주자”

<b>등산로 사라진 주전골</b>주변 산에서 밀려 내려온 바위와 돌 무더기에 계곡이 메워지면서 탐방로는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 주전골 계곡.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등산로 사라진 주전골주변 산에서 밀려 내려온 바위와 돌 무더기에 계곡이 메워지면서 탐방로는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 주전골 계곡.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난달 중순 중부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설악산 국립공원에도 유례 없이 큰 피해를 입혔다.

국립공원 구역을 관통하는 국도나 지방도를 제외할 경우, 설악산 국립공원 시설에서 발생한 가장 직접적 피해는 불어난 계곡물이나 산사태에 공원 탐방객들이 이용하는 탐방로가 끊어진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달 25일 현재 잠정 집계한 피해 실태를 보면 탐방로 유실 규모는 설악동 지구 2.44㎞, 오색 지구 9.7㎞, 백담 지구 2.97㎞, 장수대 지구 1.4㎞ 등 모두 16.47㎞에 이른다. 이 밖에 탐방로의 보조 시설인 소규모 철제 교량 62, 철제 계단 208m, 난간 429m 등도 함께 전파됐다.

다른 수해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설악산 국립공원에서도 복구작업은 신속하게 시작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수해로 폐쇄됐던 일부 등산로에 대해 이미 지난달 28일까지 응급 복구를 끝내고 29일부터 다시 탐방객을 들여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복구작업은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대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 국립공원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수해복구 공사는 국립공원 관리당국과 환경단체에 국립공원 보전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이나 산사태와 같은 자연력에 의해 국립공원의 모습이 바뀐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다.

현재까지는 자연적 원인에 의한 국립공원의 ‘현상 변경’도 인위적 원인에 의한 현상 변경과 마찬가지로 국립공원 훼손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것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수해 실태 집계에 대청봉 일대 10여 곳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포함돼 있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국민의 여가와 휴식을 위한 공간 제공에 국립공원의 핵심적 가치를 두는 시각도 굳이 현상 변경의 원인을 구분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관점에 서면 탐방객이 편리하게 국립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해로 사라진 등산로를 최대한 원상복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영내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시설팀장은 “아직 설악산 국립공원의 수해 피해 실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구체적 복구방법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훼손된 탐방로는 현장확인과 검토 뒤 구간 별로 원상복구나 개량복구의 형식으로 복원하고, 산사태가 난 곳도 더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복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의 설명대로라면 특히 기존 탐방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한 오색지구의 주전골과 흘림골에서는 계곡 위 쪽이나 산사태가 난 곳을 에둘러 길을 새로 내는 수준의 대규모 개량복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를 돌아본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주전골은 등선대에서 12폭포 사이 약 4㎞ 구간의 계곡이 불어난 물로 주변 산 자락에서 깎여 나온 토사로 메워지면서 평균 10m 정도이던 하상의 폭이 평균 50m 가까이 넓어져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또 흘림골도 국도 44호선에서 여심폭포로 오르는 탐방로 1㎞ 가량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길은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 변경을 자연이 국립공원을 꾸며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지금 아름답게 보이는 국립공원의 모습도 이렇게 조각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 대응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 점을 강조하며 이번 설악산 국립공원 수해를, 보전보다는 이용에 더 큰 가치를 두어온 국립공원 정책과 국민들의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국립공원의 가장 핵심적 가치는 생태계 보전에 두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등산로를 복구하기 위해 새로 형성된 국립공원의 지형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것보다는 복구를 포기하고 그 지역을 온전히 자연에 되돌리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내부에서도 이런 시각에 따른 변화의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훼손과 복구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재검토해볼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도 안에서 비공식적으로 오가고 있다”며 “야영장 옆으로 지나가는 한계천의 하상이 높아지고 주변에서 밀려든 토사에 덮힌 장수대 야영장과 같은 경우는 공원 이용객들이 다소 불편해 하더라도 복구하지 말고 폐쇄해 자연에 되돌려주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이런 방향 전환 시도의 가장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것은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에서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다. 탐방로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주수입원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윤 국장은 “곧 전문가들과 함께 설악산국립공원 수해 현장을 돌아보고,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립공원도 잘 보전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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