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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매출, ‘카드’만 신고-‘현금’은 오리발

등록 2006-08-16 19:11

고소득 자영업자, 연매출액 평균 58% 탈루
해외여행·부동산 투기…319명 1065억 추징
국세청, 362명 3차 세무조사 착수

서울 강남에서 대형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0)씨는 지난 2003~2004년 사이 2년 동안 24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한달 평균 매출 1억원, 하루 평균 300만원이 넘는 ‘알짜’ 식당이다. 하지만 김씨는 세무서에는 2년 동안 총 매출액이 6억원, 한달에 2500만원 꼴이라고 축소신고를 했다가 꼬리가 잡혔다. 국세청 조사결과, 김씨는 근거가 남는 신용카드 결제액만 매출로 신고하고, 현금 매출은 대부분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은 매출액 18억원은 모두 부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해 식당 근처 땅과 건물을 사들여 재산을 불렸다. 최근 몇 년간 이씨 가족 4명은 106차례 걸쳐 외국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씨가 탈루한 18억원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10억원을 과세했다.

사우나와 모텔업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8)씨는 탈세를 위해 아예 장부 등 과세자료를 모두 없애는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씨 업소의 수도 사용량과 침대보와 수건 등 하루 세탁물 소요량을 기준으로 추정한 수입금액을 분석해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누락한 것을 적발했다. 건설사 대표 이아무개(44)씨는 쓰지도 않은 원자재 값과 노무비 등 23억원을 가짜로 계산한 뒤 이 돈을 자기 개인통장으로 입금하는 수법으로 빼돌렸다. 이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매출 속이기, 세금 줄이기 백태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과세당국의 노력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국세청은 16일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2차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사대상에 오른 기업형 자영업자 319명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년간 벌어들인 매출 5516억원 가운데 3185억원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센터나 골프연습장, 대형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평균 탈루율은 57.7%에 이른다. 1천원의 매출액을 올렸다면 600원은 누락시켰다는 얘기다. 1인당 연간 탈세액은 5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들이 탈루한 매출에 세금을 부과해 1인당 평균 3억3천만원씩 모두 1065억원을 추징했다. 이번에 추징된 세금은 이들이 2년간 자진 신고해 납부한 세금 495억원의 2.1배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됐다. 오대식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들이 탈루한 소득으로 호화 외국여행을 다니거나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등 도덕적 해이 수준이 심각했다”며 “앞으로는 상습적인 탈세 자영업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또 이날부터 고액탈세 혐의가 짙은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362명을 대상으로 3차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는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등 전문직 77명과 병·의원 약국 운영자 94명 등이 포함됐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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