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서울중앙지법원장 자성의 글 올려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다가옵니다.”
퇴임을 앞둔 이우근(58·사시 14회·사진) 서울중앙지법원장 겸 서울행정법원장이 최근 법조비리 사태와 관련해 ‘고통스러운 자기정화’를 촉구하며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이 20일 공개됐다.
이 법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에이(A)4 용지 1쪽 반 분량의 ‘부패의 향기’라는 글을 올려 “‘부패의 향기’야말로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한껏 비웃는 역설”이라며 “치열한 자성을 통해 새로운 인격으로 태어나는 출산의 고통 없이 올곧은 자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의 유혹 앞에는 장사가 없다. 위대한 영웅도, 명철한 지식인도, 도덕적인 시민운동가도, 심지어 근엄한 종교인이나 법조인 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사정의 최고 책임자가 하루 아침에 독직 사건으로 추락하는가 하면, 부동산 투기를 다스리던 공직자가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은밀히 사고 팔다가 패가망신을 당했다”고 세태를 비판했다.
이 법원장은 특히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법률가들에게 ‘인격자가 되라, 그리고 타인을 인격자로서 준중하라’고 요구했다”며 “사랑의 인격을 지닌 법조인이라면 남의 비리를 벌하면서 자신의 부패에 눈 감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원장은 최근 신임 헌법 재판관으로 법조계 후배들이 지명된 뒤 사표를 냈으며, 이흥복(60·사시 13회) 대전고법원장과 이종찬(58·사시 15회) 서울북부지법원장도 사표를 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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