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치 한 조간신문이 주상복합아파트의 에어컨 사용요금을 다룬 기사.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23일이다. 올 여름 물난리에 이어 찾아온 폭염이 기승을 부린 탓에, 각 가정은 밤마다 열대야와의 전쟁을 치렀다. 잠에서 깨어 여러 차례 찬물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한 이가 있는가 하면, 에어컨을 가동하며 열대야를 시원하게 지낸 사람들도 있다.
열대야가 지난 뒤, 뜨거웠던 그 여름의 흔적이 남았다. 22일 한 조간신문은 경제면에 ‘전기료 쇼크’라는 기사를 실어, 누진제를 택하고 있는 현행 전기요금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기사의 부제는 “열대야 끝난후…통유리로 덮인 주상복합, 한달 요금 최고 100만원”이었다. 8월말, 각 가정이 7월에 사용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드는 시점이다. 전달에 비해, 급등한 전기요금을 내게 되는 사람들은 가슴이 쓰릴 수밖에 없다.
이 신문은 열대야 뒤에 에어컨 요금으로 인한 사례를 몇개 소개했다.
“33평형 아파트 전기료가 60만원이면 너무한 것 아닌가요?”-서울 강남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8월 전기료는 보통 100만원” -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70평형 거주 주부 김모(40)씨. 5대의 에어컨(방 3칸에 3대, 거실 1대, 주방 1대) 가동.
“7~8월은 보통 전기료가 100만원 안팎이다. 온 가족이 거실에서 함께 자는 등 에어컨을 최대한 아껴 틀어도 전기료를 줄이기 어렵다”- 서울 강북의 주상복합아파트 80평형 거주 이모(54)씨.
기사는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서 100kwh 단위로 요금 체계를 나누고, 가격에 차등을 두는 구조는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는 말로 현행 전기요금의 누진제 규정을 언급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또하나의 ‘세금폭탄’일까? 한전 “한달 100만원 상당히 특이한 경우” 누리꾼들은 이 기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OO일보의 서민 기준...강남 80평대 아파트... 에어콘 5대 돌림...서민 부담 가중...누진세 철폐하라!”( e338) “전기료 소비한 만큼 내는 것은 당연한것 아닌가요. 다 그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초고층 아파트에서 살지요. 서민들은 60만원이면 한 달간 삽니다”(soocheun) “주상복합 80평짜리에 사는 사람들 전기요금을 절약시켜 주기 위해서 전기요금제도를 바꿔야 하나요?”(acrolect) 이 기사가 예로 든 곳은 부유층 거주지였다. 강남의 80평대 주상복합 아파트는 매매가가 30억원을 넘고 33평형도 10억이 넘는다.(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기준) 기사에 나온 100만원대의 전기료를 쓰는 집은 “5대의 에어컨을 돌리고 있다”는 주부의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이런 곳을 예로 들면서 전기요금 누진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 신문의 태도에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때문에 기사에서 예로 든 사례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이 신문이 아주 특이한 케이스만을 찾아서 보도한 것 같다”며 “기사에 나온 가정은 일반적 가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0평대의 에어컨을 한대 정도 쓰는 일반 가정에서는 하루 2시간 정도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누진율을 적용해봤자 10만원에서 아무리 많아야 20만원 사이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또 다른 관계자도 “2005년도에 파악된 한달 평균 전기요금이 2만5537원이고 도시 근로자 평균 전기요금이 3만6100원정도다”며 “한달에 100만원이라는 것은 강남의 초호화 아파트에 국한된 사례다”고 말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전기먹는 하마? ‘폭탄 전기세’의 주범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라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사에서 나온 곳도 모두 주상복합아파트였다. 주상복합아파트는 건물의 외관과 안전을 위해 문을 여닫을 수 없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또한 베란다와 같은 완충작용을 하는 시설도 없는 곳이 많다. 더운 여름날 열기가 나갈 곳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통풍과 환기가 안되는 곳이니 만큼 적절한 환기와 온도 유지를 위해선 에어컨이 필수적이다. 분당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윤아무개씨는 “아파트 생활이 20년째인데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에어컨을 구입했다”며 “창문을 활짝 열 수가 없어서 더운 여름날에는 에어컨 없으면 못 산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의 주상복합을 전문으로 하는 ㅁ 공인중개사의 대표는 “타워팰리스의 경우 남향집은 그래도 덜하지만 동향과 서향집들은 덥고 에어컨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불만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이기명 사무처장은 “주상 복합아파트는 모든 것을 에너지로 가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와 같은 완충지대도 없고 창문도 여닫을 수 없는 통창이 많아 조금만 더워지기 시작해도 열기가 집안에 가득차게 된다”며 “이러한 열기를 밖으로 빼거나 식히기 위해서 에너지가 또 투입되어야 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진제 개편은 필요하지만 꼭 있어야 할 정책”
한전의 전기요금은 모두 6단계로 책정돼 있다. 기본요금은 100kw/h 이하의 전력을 사용했을 때는 370원, 101∼200kw/h 일 때는 820원, 201∼300은 1430원, 301∼400kw/h은 3420원, 401∼500kw/h은 6410원, 500kw/h 이상일 때는 1175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또한 여기에 100 kw/h까지 55.1원, 200 kw/h까지 113.8원, 300 kw/h까지 168.3원, 400 kw/h까지 248.6원, 다음 500 kw/h까지 366.4원, 500 kw/h을 초과하면 643.9원을 각각 전력사용량에 곱해 전력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누진제를 채택중이다.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요금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한전의 요금제도팀 정창진 과장은 “누진제는 에너지 절약과 소득을 재분배하자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누진율이 1단계와 6단계의 차이가 18.7배에 달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있어 2004년에 누진율을 11.7배까지 낮추어 현재에 이르렀고 차차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명 사무처장도 “소득 패턴과 삶의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서 누진율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는 있지만 외국에 비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고려해 볼 때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서도 누진제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한 전기요금 누진제가 아니라, 겉모습을 위해 에어컨에 의지할 수밖에 없이 만든 에너지 과소비형 주상복합 아파트 유행이 아닐까?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기사는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서 100kwh 단위로 요금 체계를 나누고, 가격에 차등을 두는 구조는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는 말로 현행 전기요금의 누진제 규정을 언급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또하나의 ‘세금폭탄’일까? 한전 “한달 100만원 상당히 특이한 경우” 누리꾼들은 이 기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OO일보의 서민 기준...강남 80평대 아파트... 에어콘 5대 돌림...서민 부담 가중...누진세 철폐하라!”( e338) “전기료 소비한 만큼 내는 것은 당연한것 아닌가요. 다 그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초고층 아파트에서 살지요. 서민들은 60만원이면 한 달간 삽니다”(soocheun) “주상복합 80평짜리에 사는 사람들 전기요금을 절약시켜 주기 위해서 전기요금제도를 바꿔야 하나요?”(acrolect) 이 기사가 예로 든 곳은 부유층 거주지였다. 강남의 80평대 주상복합 아파트는 매매가가 30억원을 넘고 33평형도 10억이 넘는다.(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기준) 기사에 나온 100만원대의 전기료를 쓰는 집은 “5대의 에어컨을 돌리고 있다”는 주부의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이런 곳을 예로 들면서 전기요금 누진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 신문의 태도에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때문에 기사에서 예로 든 사례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이 신문이 아주 특이한 케이스만을 찾아서 보도한 것 같다”며 “기사에 나온 가정은 일반적 가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0평대의 에어컨을 한대 정도 쓰는 일반 가정에서는 하루 2시간 정도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누진율을 적용해봤자 10만원에서 아무리 많아야 20만원 사이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또 다른 관계자도 “2005년도에 파악된 한달 평균 전기요금이 2만5537원이고 도시 근로자 평균 전기요금이 3만6100원정도다”며 “한달에 100만원이라는 것은 강남의 초호화 아파트에 국한된 사례다”고 말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전기먹는 하마? ‘폭탄 전기세’의 주범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라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사에서 나온 곳도 모두 주상복합아파트였다. 주상복합아파트는 건물의 외관과 안전을 위해 문을 여닫을 수 없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또한 베란다와 같은 완충작용을 하는 시설도 없는 곳이 많다. 더운 여름날 열기가 나갈 곳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통풍과 환기가 안되는 곳이니 만큼 적절한 환기와 온도 유지를 위해선 에어컨이 필수적이다. 분당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윤아무개씨는 “아파트 생활이 20년째인데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에어컨을 구입했다”며 “창문을 활짝 열 수가 없어서 더운 여름날에는 에어컨 없으면 못 산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의 주상복합을 전문으로 하는 ㅁ 공인중개사의 대표는 “타워팰리스의 경우 남향집은 그래도 덜하지만 동향과 서향집들은 덥고 에어컨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불만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이기명 사무처장은 “주상 복합아파트는 모든 것을 에너지로 가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와 같은 완충지대도 없고 창문도 여닫을 수 없는 통창이 많아 조금만 더워지기 시작해도 열기가 집안에 가득차게 된다”며 “이러한 열기를 밖으로 빼거나 식히기 위해서 에너지가 또 투입되어야 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진제 개편은 필요하지만 꼭 있어야 할 정책”
한전의 전기요금 사용량별 요금표(출처: 한전 홈페이지)
한전의 전기요금은 모두 6단계로 책정돼 있다. 기본요금은 100kw/h 이하의 전력을 사용했을 때는 370원, 101∼200kw/h 일 때는 820원, 201∼300은 1430원, 301∼400kw/h은 3420원, 401∼500kw/h은 6410원, 500kw/h 이상일 때는 1175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또한 여기에 100 kw/h까지 55.1원, 200 kw/h까지 113.8원, 300 kw/h까지 168.3원, 400 kw/h까지 248.6원, 다음 500 kw/h까지 366.4원, 500 kw/h을 초과하면 643.9원을 각각 전력사용량에 곱해 전력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누진제를 채택중이다.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요금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한전의 요금제도팀 정창진 과장은 “누진제는 에너지 절약과 소득을 재분배하자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누진율이 1단계와 6단계의 차이가 18.7배에 달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있어 2004년에 누진율을 11.7배까지 낮추어 현재에 이르렀고 차차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명 사무처장도 “소득 패턴과 삶의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서 누진율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는 있지만 외국에 비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고려해 볼 때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서도 누진제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한 전기요금 누진제가 아니라, 겉모습을 위해 에어컨에 의지할 수밖에 없이 만든 에너지 과소비형 주상복합 아파트 유행이 아닐까?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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