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업주 무자료 현찰 거래
‘중고 파친코’ 수입때도 탈루
‘중고 파친코’ 수입때도 탈루
전국 1만5천여 성인오락실에서 가동중인 성인오락기들 대부분이 세금 영수증 없이 현찰로 거래가 이뤄져 그 탈세 규모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수백곳에 이르는 성인오락기 제조업체들의 납세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성인오락실 업주들과 성인오락기 유통·판매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인오락기 70여만대 가운데 대형 제조사 제품 10만여대를 제외한 60여만대는 대부분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락기 1대 값은 평균 400만원 가량으로, 1대당 40만원씩 부가세를 내지 않으면 탈세액은 24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성인오락기의 교체 주기가 불과 서너 달밖에 안 돼 연간 최소한 150만대 이상이 생산·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가세 탈세 규모만 5천억~6천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서울의 한 오락기 제조업체 사장은 “나도 대부분 무자료 거래를 해 왔다”며 “성인오락기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가 심하고, 언제 수사기관의 단속을 맞아 제조업체가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영세한 오락기 제조업체들은 이른 시일 안에 기계를 최대한 많이 팔아치우려 하고, 판매가의 10%인 부가세를 내는 것도 아까워한다”고 말했다. 성인오락실 업주들도 무자료 거래를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 남포동의 한 성인오락실 업주는 “정상 거래 뒤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면서 세무소의 관심을 살 행동을 왜 하느냐”고 말했다.
부가세 말고도, 전체 오락기 시장의 10%(7만여대)를 차지하는 ‘메달치기 오락기’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중고 파친코 오락기를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관세 포탈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부산관세청에 확인한 결과, 수입업자들은 일제 중고 오락기 ‘야마토2’의 수입값을 5천엔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이 오락기는 2만엔에 팔리고 있다. 중고 오락기는 특별소비세(20%) 부과대상이어서 1대당 3만원 정도의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메달치기 오락기가 한 해 20여만대씩 유통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탈루세액은 최소 60억원에 이른다.
관세와 부가가치세 탈세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 관련 세금 전반의 탈세로 이어져 그 규모는 적게 잡아도 7천억원대에 이르고, 오락실 업주의 탈세까지 포함하면 1조원도 훨씬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성인오락기 제조업체는 바다이야기 한 곳뿐이다. ‘바다이야기’ 제조업체 에이원비즈 대표 최아무개(35·구속)씨는 2004년 3~12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누락해 법인세 3억9800여만원과 부가가치세 8400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다이야기를 개발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석진환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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